작년 조기유학 3만 명…쑥쑥 키 크는 ‘키즈유학’

  • 입력 2007년 9월 23일 03시 01분


엄청난 사교육 열기로 속칭 ‘교육 1번지’라고 불리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살던 정모(10) 군은 올해 4월부터 미국 시애틀의 한 사립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이모 집에 머물러 생활비가 따로 안 들지만 등록금과 수학 과외비 등 반 년간 들어간 학비가 1200만 원 정도.

정 군의 어머니는 “서울에서 쓰던 영재교육비, 영어학원비, 축구클럽비, 각종 교재나 학교 찬조금 등을 따지면 오히려 유학 비용이 적게 들더라”면서 “처음엔 가기 싫다던 아이도 성적 스트레스 안 받고 영어도 많이 늘었다며 좋아한다”고 말했다.

조기유학의 명암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초중고교생의 조기유학은 2000년 이후 6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이후 조기유학 5.7배 급증=한국교육개발원이 22일 발표한 ‘2006학년도(2006년 3월∼2007년 2월) 초중고 유학생 출국 및 귀국 통계’에 따르면 2006학년도 조기유학생은 2만9511명으로 전년도의 2만400명보다 1만 명 가까이 급증했다.

2000학년도 조기유학생 4397명과 비교하면 무려 5.7배나 늘어난 것. 전년 대비 증가 인원(9111명) 역시 2000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외 이민자나 부모의 직장 발령 등으로 함께 떠난 파견 동행자를 제외한 순수한 유학생 수치이다. 해외 이민이나 파견 동행까지 포함하면 지난해 한국을 떠난 초중고교생은 4만5431명에 이른다.

현행법상 조기유학은 교육장이나 국제교육진흥원장의 자격 심사를 통과한 예외적 경우가 아니면 불법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출국 학생 중 불법적인 ‘미인정 유학’을 떠난 비율이 50.8%(2만3507명)나 될 만큼 광범위하게 늘어나고 있다.

조기유학 전문가인 홍영구 미국 변호사는 “현지 사정이나 외국 학생을 위한 교육과정 등을 따져 보지 않고 유학을 보내는 경우도 늘고 있다”면서 “너무 어린 나이에 외국 대도시로 유학을 보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어릴수록 떠난다=조기유학 급증세는 학교급이 낮을수록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에 어릴 때 몇 년간 유학 경험을 쌓은 뒤 중고교 단계에서 한국으로 돌아와 국내 대학에 진학하는 ‘U턴형 조기유학’이 인기를 끌면서 어린 학생들의 조기유학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초등학생의 경우 2002학년도 3464명이던 조기유학생이 2006학년도에서는 1만3814명으로 4년간 4배로 늘었다.

같은 기간 중학생은 3301명에서 9246명으로 2.8배가 됐으며, 고교생은 3367명에서 6451명(1.9배)으로 증가했다.

올해 청심국제중과 청심국제고 신입생 중 1년 이상 유학 경험이 있는 학생이 각각 40%와 51%로 전년 대비 10%포인트 늘어난 것은 이런 추세를 반영하는 것.

특수목적고 입시학원 관계자들은 “영어우수자 전형 등 조기유학생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전형의 지원자가 매년 늘고 있다”면서 “조기유학을 떠났던 연령도 점점 어려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돌아오는 아이들=조기유학생의 증가 비율에는 못 미치지만 우리나라로 돌아오는 학생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002학년도 8355명이던 초중고교 귀국 학생은 2006학년도 1만8362명으로 4년간 2.2배로 늘었다. 이는 해외에서 국내 초중고교로 편입한 학생을 합산한 것으로 조기유학생뿐만 아니라 이민 학생이나 외국 태생 등을 모두 포함한 것이다.

이 중 중학생은 1803명에서 4851명(2.7배)으로 늘어나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는 초등학교 때 조기유학을 갔다가 중학교 때 국내로 돌아오는 사례가 늘어나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어 고교생이 1201명에서 2975명(2.4배)으로 늘었고, 초등학생은 5351명에서 10만536명(1.9배)으로 가장 조금 늘어났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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