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반납”… 검찰 ‘게이트 추석’

  • 입력 2007년 9월 23일 03시 02분


“우리에게 추석 연휴는 없다.”

추석 연휴 첫날인 22일에도 ‘신정아 게이트’를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과 ‘정윤재 게이트’를 수사하고 있는 부산지검에는 밤늦게까지 불이 켜진 사무실이 한두 곳이 아니었다.

법원의 잇단 영장기각에 충격을 받아 검찰 총수가 재임 중 처음으로 오후에 출근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정상명 검찰총장은 ‘가짜 예일대 박사’ 신정아(35·여) 씨에 이어 정윤재(44) 전 대통령의전비서관의 영장까지 기각된 다음 날 오전 청계산을 오르며 허탈한 마음을 달랜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서 양대 게이트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 수사팀은 더욱 입술을 깨물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서울서부지검은 이날 오전에 변양균(58) 전 대통령정책실장을, 오후에 신 씨를 불러 조사했다. 첫 소환 뒤 벌써 4번째다.

가짜 박사학위 의혹이 제기된 신 씨를 이사회 등에서 두둔하고, 변 전 실장의 도움으로 자신이 창건한 울산 울주군의 흥덕사에 특별교부금 10억 원을 편법 제공받은 동국대 이사장 영배 스님도 이날 검찰에 다시 소환됐다.

검찰은 일요일인 23일에도 변 전 실장을 불러 조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수사팀은 24, 25일에 기록 검토를 거쳐 26일 신 씨 등 관련자의 소환 조사를 재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부산지검도 추석 연휴 기간에 정 전 비서관에게 세무조사 무마 명목으로 2000만 원을 건넨 건설업자 김상진(42·수감 중) 씨, 김 씨에게서 1억 원을 받은 정상곤(53·수감 중)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을 불러 강도 높게 조사하기로 했다.

정 총장은 21일 “양대 게이트 수사팀은 추석을 전후해 될 수 있으면 관련자의 소환 조사를 자제하라”고 지시했지만 그렇다고 수사팀이 마냥 쉴 수 있는 건 아니다.

서울서부지검 관계자들은 “추석을 이미 잊었다. 연휴 기간에도 매일 출근해 새벽에 퇴근하는 게 반복될 것 같다”고 말했다. 수사팀 대부분은 이미 추석 연휴를 반납했다고 한다.

부산지검도 마찬가지다. 부산지검 정동민 2차장은 “추석 당일인 25일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수사팀이 출근해서 수사 기록을 재검토하고 보강 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구속영장이 이미 한 차례 기각됐기 때문에 수사팀으로서는 영장 재청구 준비를 결코 소홀히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서부지검은 △신 씨가 근무했던 성곡미술관의 대기업 후원금 과정에 변 전 실장의 강압이 있었는지 △흥덕사 특별교부금 외에 변 전 실장이 신 씨 등을 위해 다른 정부예산을 추가로 배정했는지 추가 조사 중이다.

부산지검도 부산 연제구 연산8동 아파트 재개발 사업과 재향군인회와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대출 과정에서 정 전 비서관 외에 또 다른 권력 실세는 없는지 집중적으로 캐고 있다.

추석 연휴가 끝난 뒤 두 수사팀이 어떤 성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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