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첫날인 22일에도 ‘신정아 게이트’를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과 ‘정윤재 게이트’를 수사하고 있는 부산지검에는 밤늦게까지 불이 켜진 사무실이 한두 곳이 아니었다.
법원의 잇단 영장기각에 충격을 받아 검찰 총수가 재임 중 처음으로 오후에 출근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정상명 검찰총장은 ‘가짜 예일대 박사’ 신정아(35·여) 씨에 이어 정윤재(44) 전 대통령의전비서관의 영장까지 기각된 다음 날 오전 청계산을 오르며 허탈한 마음을 달랜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서 양대 게이트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 수사팀은 더욱 입술을 깨물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서울서부지검은 이날 오전에 변양균(58) 전 대통령정책실장을, 오후에 신 씨를 불러 조사했다. 첫 소환 뒤 벌써 4번째다.
가짜 박사학위 의혹이 제기된 신 씨를 이사회 등에서 두둔하고, 변 전 실장의 도움으로 자신이 창건한 울산 울주군의 흥덕사에 특별교부금 10억 원을 편법 제공받은 동국대 이사장 영배 스님도 이날 검찰에 다시 소환됐다.
검찰은 일요일인 23일에도 변 전 실장을 불러 조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수사팀은 24, 25일에 기록 검토를 거쳐 26일 신 씨 등 관련자의 소환 조사를 재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부산지검도 추석 연휴 기간에 정 전 비서관에게 세무조사 무마 명목으로 2000만 원을 건넨 건설업자 김상진(42·수감 중) 씨, 김 씨에게서 1억 원을 받은 정상곤(53·수감 중)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을 불러 강도 높게 조사하기로 했다.
정 총장은 21일 “양대 게이트 수사팀은 추석을 전후해 될 수 있으면 관련자의 소환 조사를 자제하라”고 지시했지만 그렇다고 수사팀이 마냥 쉴 수 있는 건 아니다.
서울서부지검 관계자들은 “추석을 이미 잊었다. 연휴 기간에도 매일 출근해 새벽에 퇴근하는 게 반복될 것 같다”고 말했다. 수사팀 대부분은 이미 추석 연휴를 반납했다고 한다.
부산지검도 마찬가지다. 부산지검 정동민 2차장은 “추석 당일인 25일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수사팀이 출근해서 수사 기록을 재검토하고 보강 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구속영장이 이미 한 차례 기각됐기 때문에 수사팀으로서는 영장 재청구 준비를 결코 소홀히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서부지검은 △신 씨가 근무했던 성곡미술관의 대기업 후원금 과정에 변 전 실장의 강압이 있었는지 △흥덕사 특별교부금 외에 변 전 실장이 신 씨 등을 위해 다른 정부예산을 추가로 배정했는지 추가 조사 중이다.
부산지검도 부산 연제구 연산8동 아파트 재개발 사업과 재향군인회와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대출 과정에서 정 전 비서관 외에 또 다른 권력 실세는 없는지 집중적으로 캐고 있다.
추석 연휴가 끝난 뒤 두 수사팀이 어떤 성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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