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6번째 검찰에 소환된 변 전 실장과 신 씨는 모두 어두운 표정이었지만 변 전 실장이 더 지쳐 보였다.
▽성곡미술관장의 이상한 행보=검찰은 이날 10만 달러와 1000만 엔(약 1억7000만 원)이 예금된 우리은행 외에 H은행에도 비슷한 액수가 신 씨 명의의 개인 금고에 입금된 것을 확인했다.
신 씨는 이에 대해 “두 은행의 개인 금고 모두 박 관장이 사용하고 나는 이름만 빌려 줬을 뿐”이라며 “(금고에) 뭐가 얼마나 들어 있는지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신 씨는 또 “기업에서 받은 후원금 중 빼돌린 돈을 박 관장에게 줬으며 박 관장에게서 1800만 원 상당의 목걸이와 오피스텔 전세보증금 2000만 원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신 씨의 오피스텔 전세보증금과 목걸이는 횡령과 전혀 관계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박 관장이 1800만 원짜리 목걸이를 선물한 것은 인정했으나 전세보증금을 준 것은 부인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금고의 돈과 신 씨의 횡령은 직접 관련이 없다”고 밝혀 신 씨보다는 박 관장이 금고를 이용해 미술품 거래 및 개인 용도로 사용했을 가능성에 비중을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검찰은 특히 2004년 박 관장이 개인 금고를 개설하는 과정에서 신 씨의 명의를 빌린 것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 신 씨는 성곡미술관에서 일한 지 몇 달 되지 않은 평범한 큐레이터였다. 박 관장은 다른 직원들을 제쳐 두고 신 씨의 명의를 빌려 금고를 사용했고, 신 씨는 박 관장의 신임을 한몸에 받은 채 학예실장 자리에까지 올라 미술관 운영에 전권을 행사했다.
결국 검찰은 신 씨 명의의 개인 금고 개설을 시작으로 박 관장과 신 씨 사이에 ‘후원금 횡령 공모’가 이뤄졌고 이를 계기로 박 관장이 신 씨의 허위 학력 사실을 눈감아줬을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또 2004년 박 관장의 남편인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이 공적자금 비리로 검찰의 수사를 받던 시기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개인 금고의 돈이 쌍용 측의 자금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지친 변양균, 기력 찾은 신정아 씨?=26일 오전 10시경 서울서부지검에 도착한 변 전 실장은 헝클어진 머리에 지치고 피곤한 기색이 뚜렷했다. 23일 소환됐을 때에는 서부지검 청사 로비에서 몸의 중심을 잡기 힘든 듯 벽시계를 붙들고 간신히 서기도 했다.
반면 이날 오후 2시 검은색 고급 승용차를 타고 변호인 박종록 변호사와 함께 나타난 신 씨는 구급차에 실려 검찰에 출석했던 20일에 비해 한결 몸 상태가 나아진 듯했다. 차에서 내린 신 씨는 기자들의 질문 공세를 피해 빠른 걸음으로 순식간에 조사실로 향했다.
검찰은 기업들의 성곡미술관 후원금 중 수억 원을 신 씨가 해외 미술 전시회 관람, 선물 구입 등에 사용한 단서를 확보한 만큼 신 씨에게 업무상 횡령 혐의를 추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계획이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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