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작가의 수상 가능성은?
고은 시인은 2002년 이후 외신에서 노벨 문학상 수상 후보로 비중 있게 거론돼 왔다. 지난해에도 베팅 전문 사이트 래드브로크스닷컴(www.ladbrokes.com)이 수상 후보 8명 중 한 명으로 고은 시인을 꼽았을 정도.
올해는 고은 시인에 대한 기대가 크게 부풀지는 않은 편이다. 지난해 터키 작가 오르한 파무크의 수상으로 소수언어 국가 출신 작가의 ‘수상 순서’가 멀어진 게 아니냐는 분석 때문이다.
한국 문학의 해외 번역을 맡아 온 대산문화재단 곽효환 팀장은 “서구적 가치 속 오리엔탈리즘에 대해 고민한 파무크가 수상함으로써 2, 3년 내 수상 가능성이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라고 밝혔다.
그러나 곽 팀장은 “한국 문학이 최근 수년간 세계 문단의 관심을 받아 왔고 어느 때보다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가 “한국 문학이 노벨 문학상을 받을 만하다”고 언급하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르 클레지오가 한국에 체류하며 한국 문학에 깊은 관심을 보일 정도로 화제가 되고 있다는 것. 고은 시인의 수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고은 시인은 지난해 시집 ‘순간의 꽃’ 스웨덴어판을 출간해 현지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으며, 시 ‘숲에 들어가서’가 시내 전철과 버스 내부에 전시되기도 했다. 1996년 비스와바 심보르스카 이후 시인 수상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고은 시인은 시리아의 아도니스, 중국의 베이다오(北島) 등과 더불어 지속적으로 수상 후보로 거론돼 왔다.
고은 씨와 함께 소설가 황석영 씨도 ‘한씨연대기’가 4월 해외에서 출간돼 좋은 평가를 받는 등 해외에서 인지도를 높여 가고 있어 주목된다.
○ 해마다 점쳐지는 후보들
올해 외신은 아직 수상 가능성이 높은 후보군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노벨 문학상은 수상 후보를 밝히지 않지만 해마다 언론에 거론되는 수상 후보들이 있다. 영국의 존 버거, 프랑스의 르 클레지오, 알바니아의 이스마일 카다레, 이스라엘의 아모스 오즈, 페루 소설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등은 노벨 문학상 발표일이 가까워지면 외신에서 이름이 흘러나오는 작가들이다. 노벨 문학상은 예측을 벗어나기로 유명하지만 2004년 엘프리데 옐리네크를 제외하고 최근 수상자들은 유력 후보군에 들었던 작가들이다.
1993년 토니 모리슨 이후 미국 작가에게 ‘수상 순서’가 돌아온 게 아니냐는 분석이 올해는 단연 우세하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선정할 때 대륙과 국가를 안배한다는 후문 때문이다. 매년 수상 후보로 꼽히는 미국 작가들은 노먼 메일러와 토머스 핀천, 조이스 캐럴 오츠 등이 있다.
‘상실의 시대’로 국내에서도 유명한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도 언급된다. 지난해 발표를 앞두고 래드브로크스닷컴이 온라인 베팅을 실시한 결과, 무라카미 하루키는 지난해 수상자인 오르한 파무크, 아도니스 등과 함께 가장 강력한 후보로 거론됐다.
프랑스 작가가 수상할 확률도 있다. 1985년 프랑스 작가 클로드 시몽의 수상 이후 프랑스 국적을 가진 가오싱젠(高行健)이 2000년 수상했지만, 가오싱젠은 중국을 떠난 ‘망명파’ 작가로 분류된다. 가오싱젠의 수상 당시 “‘망명파 작가’인 체코의 밀란 쿤데라, 알바니아의 이스마일 카다레의 수상 가능성이 멀어졌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중국 작가가 수상할 확률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국적의 작가가 문학상 수상자가 나온 적은 한 번도 없다.
해마다 노벨 문학상 수상 후보로 언급되는 중국 작가로는 시인 베이다오와 ‘붉은 수수밭’으로 잘 알려진 모옌(莫言)이 있다. 이 밖에 벨기에의 휘호 클라우스, 네덜란드의 세스 노테봄 등도 ‘단골 후보’로 거론된다.
노벨상 발표 일정
△생리의학상(10월 8일)
△물리학상(10월 9일)
△화학상(10월 10일)
△평화상(10월 12일)
△경제학상(10월 15일)
△문학상(미정·통상 10월 둘째 주 목요일)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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