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민사17부(부장판사 곽종훈)는 “계약금을 매개로 한 계약은 요물계약(要物契約·당사자 중 한쪽이 물건을 인도해야 성립하는 계약)이기 때문에 계약금 지급 없이 성립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이같이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사건의 원고인 정모(여) 씨는 2005년 6월 집주인 김모 씨의 장모인 이모 씨를 대리인으로 5억 원짜리 아파트 매매계약을 했다.
당시 6000만 원의 계약금을 준비하지 못한 정 씨는 380만 원이 들어 있는 자기 명의의 통장을 중개사무소에 맡겼다. 그러나 이 씨는 계약을 한 날 저녁 사위인 김 씨 부부에게서 아파트를 처분하지 않겠다는 말을 듣고 다음 날 정 씨에게 ‘매매 무효’를 통보했다.
하지만 정 씨 측은 통보를 받고도 계약금 6000만 원을 김 씨 계좌로 송금했다. 같은 날 오후 이 씨는 6000만 원을 수표로 찾아 돌려주려고 했으나 정 씨가 이를 거부하자 법원에 이 돈을 공탁했고 정 씨는 얼마 뒤 돈을 찾아갔다.
정 씨는 이후 김 씨 측이 계약을 어겼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1심 재판부는 김 씨 등에게 2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이날 항소심은 “계약금을 주지 않았다면 계약은 성립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1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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