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축구를 해 본 적이 전혀 없었지만 사생회(기숙사 학생회) 멤버의 자격으로 기숙사 축구팀에 들어가게 됐다. 처음엔 그냥 보조 선수로 연습만 해 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선수가 모자랐고 매일매일 연습에 참여하자 같이 뛰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우리 팀은 유럽과 미국, 일본 등 세계 곳곳에서 온 교환학생과 기숙사에서 지내는 한국인 학생으로 구성됐다. 처음엔 서로의 이름을 외우기 힘들었을 정도로 의사소통이 어려워 고생을 했다.
다른 팀과는 다르게 매일매일 연습하면서 우리 팀은 눈에 띄게 실력이 향상됐다. 그 결과 첫 경기에서 압승을 거뒀다. 몇 번의 경기를 더 거친 후 결승에 올랐고, 2년 연속 우승한 경력이 있는 법대팀을 꺾고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대회가 끝나고 나서 한 친구는 내게 ‘이대 슛돌이’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어디를 가나 여대에서 축구한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에 이대 슛돌이라고 하면 나를 쉽게 기억해 준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이 처음부터 쉽지만은 않았다. 축구를 시작할 때 ‘지금껏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일을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연습에서 빠질 생각만 했으니 말이다.
그러다 문득 주위를 둘러보게 됐다. 학점을 잘 따기 위해 열심히 학교 공부를 하고 토익 시험을 준비하며 경력을 쌓기 위해 인턴에 지원하는 친구들이 떠올랐다. 나름대로 자기가 원하는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내는 친구들을 보며 나도 할 수 있다고 마음을 다져 먹은 결과 우승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경기를 준비하면서 생긴 자신감, 세계 각국의 친구들과 나눈 우정은 무엇으로도 환산할 수 없다. 그래서 축구대회 이후 내가 스스로에게, 다른 친구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대학 생활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기고 싶다면 남들과 다른 새로운 일에 도전해 보자.’
채지선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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