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7월 ‘도자(陶磁)산업특구’로 지정된 경기 이천시는 2010년까지 250억 원가량을 들여 요업기술원과 도자체험단지를 세울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천시는 수도권정비계획법과 농지법 등 각종 규제법령 때문에 체험단지가 들어설 용지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시 측은 “정부에 규제 개선을 요청했지만 아직 이렇다할 답변이 없다”고 밝혔다.
사례2.원주,의료-한지특구에 기업-혁신도시 타이틀도
강원 원주시는 같은 해 4월 ‘첨단의료건강산업특구’로 지정됐다. ‘세계 의료산업을 선도하는 혁신클러스터 구축’이 원주시의 목표였다. 그런데 이 도시는 2006년 12월 ‘옻·한지산업특구’로 지정되면서 또 하나의 ‘미션’을 받았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원주시는 ‘지식기반형’ 기업도시에다 ‘비타민 도시’를 표방하는 혁신도시라는 타이틀도 받았다.》
현 정부가 지역특구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 지역균형정책을 남발하면서 사업추진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등 갖가지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
특히 여러 지역 정책을 동시 다발로 내놓다 보니 중복 지정으로 중앙정부의 지원을 많이 받는 지역도 적지 않아 대선을 앞둔 선심 행정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한 지역이 여러 종류의 특구로 지정된 경우도 많다.
전남 여수시는 ‘오션리조트특구’ ‘시티파크리조트특구’ ‘관광국제화교육특구’ 등 3가지 부문의 특구로 지정돼 있고 경북 김천시도 ‘포도산업특구’ ‘자두산업특구’에다 혁신도시로도 지정돼 있다.
같은 특구 명칭을 여러 도시가 갖는 일도 생겼다. 전국의 ‘외국어교육특구’는 인천 서구와 경남 거창군, 전남 강진군, 경남 창녕군 등 모두 4곳이나 된다. 정부는 이것도 모자라 28일 ‘서울 중구영어교육특구’ ‘충남 아산국제화교육특구’를 새로 지정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로 가면 특구로 지정되지 않은 지역을 찾기가 어려울 지경”이라며 “‘선택과 집중’이라는 지역 육성의 기본 원칙이 무너지면서 지역균형개발정책의 실효성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 국토 난개발과 땅값 폭등
혁신도시와 기업도시 등은 국토 난개발과 주변 지역의 땅값 폭등 등의 부작용도 초래하고 있다.
한나라당 김재경 의원실에 따르면 전북 무주군 등 6개 기업도시 예정지의 공시지가 총액은 기업도시 대상지를 선정한 2005년 이후 1년 동안 13∼41%나 올랐다.
혜택을 받는 지역의 발전 효과도 의문시되고 있다. 특화 도시와 특구 선정이 지자체장의 ‘실적 쌓기’에 이용되다 보니 무작정 지정만 받아 놓고 후속 대책이 이어지지 않거나 사업을 위한 용지 확보조차 되지 않은 곳도 많다.
전국을 낙후 정도에 따라 1∼4등급으로 나눠 각종 세제(稅制) 지원을 한다는 2단계 균형발전계획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특구 조성을 맡고 있는 한 지자체 공무원은 “특구로 지정돼도 영세한 지자체들은 자금 부족으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가 지난해 특구 24곳을 꼽아 사업평가를 내린 결과 이 중 17곳은 아직 경제적 성과를 평가하기 어렵거나 사업 성과가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은경 경기개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기존 정책을 제대로 평가하고 이를 근거로 새 정책을 내거나 기존 정책을 확대해야 하는데 지금 정부의 태도는 전 국토를 특구로 만들자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공기업 이전지역 인재 채용 확대도 흐지부지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중 하나인 지방 이전 공기업의 지역인재 채용확대정책은 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해당 공기업이 반발하고 있는 데다 타 지역 출신에 대한 역차별 논란도 나오기 때문이다.
기획예산처는 7월 말 지방 이전 대상 공기업 12개와 준 정부기관 45개에 대해 신입사원 채용에서 해당지역 출신자를 우대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내려 보낸 뒤 지난달 말까지 계획안을 제출받았다.
하지만 해당 공기업과 준 정부기관 상당수는 형평성을 거론하며 정부 방침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기업 A사 인사 담당자는 “이전 지역 출신 우대정책은 지역을 가리지 않고 모든 인재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인사원칙에 어긋나는 문제가 있다”며 “이 때문에 지역인재 채용 비율을 얼마나 확대할 것인지에 대한 목표치를 정부에 제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예산처 당국자는 “현재 공기업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계획안들을 분석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지역인재 채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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