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정년보장(tenure) 심사에 지원한 교수 35명 중 15명을 무더기로 탈락시킨 데 대해 대학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들은 정년 심사와 교수 업적평가를 더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년 쓰나미 밀어닥친다”=대부분 대학은 부교수에서 정교수로 승진하면 정년을 보장하고, 정교수는 교수업적평가제도를 통해 호봉 승급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승진과 승급을 할 때마다 급여가 크게 달라진다.
대학들은 최근 3년간 정년 심사와 업적평가 기준을 강화해 왔고, 건국대 등 일부 대학은 승진과 승급에서 일정 횟수 이상 탈락하면 인사위원회에 회부해 임용을 취소하는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서울대 국양 연구처장은 “KAIST의 노력에 전적으로 동감한다”며 “교수들이 경쟁력을 높이려는 자구노력을 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고려대의 한 교수는 “교수들이 승진 요건이 점점 까다로워지는 것은 알고 있지만 KAIST의 심사 결과는 정말 놀랍다”며 “다른 대학에도 곧 ‘정년 쓰나미’가 밀어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건국대 문흥안 입학처장은 “KAIST의 조치는 굉장히 놀랍지만 대학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필연적인 과정”이라며 “충격요법보다는 강의와 논문의 수준을 점진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대학들 정년 기준 더 강화=서울대 공대와 자연대는 2004년부터 과학논문색인(SCI)급 논문을 5편 이상 게재해야 정년보장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자연대는 관련 분야 해외 석학 5명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 하는 요건이 추가됐고, 공대는 20시간의 교수법 강의를 수강해야 한다.
심사요건이 강화되면서 심사를 미루는 교수도 늘었다. 올해 심사 대상 67명 중 26명은 아예 심사를 포기했다.
고려대는 2005년 3월부터 승진심사 기준을 SCI급 논문 6편 이상에서 8편 이상으로 늘렸다. 경영대의 경우 핵심 국제 최상위 논문 2편을 포함해 4편의 논문을 5년 내에 쓰거나 최상위 국제 논문 2편을 포함해 6편을 써야 한다.
연세대는 2009년부터 현재 심사 규정보다 50% 정도 더 강화하기로 했다. 부교수부터 정년심사 자격이 있지만 정년심사 요건은 부교수 승진 기본 조건의 3배 이상으로 높이기로 했다.
한양대 교수들은 올해부터 자신의 전공에서 한양대 등 국내 5개 주요 대학 교수들의 평균 논문 수보다 많은 논문을 내야 정년을 보장받는다. 논문은 피인용 지수에서도 상위 20% 안에 들어야 인정받는다.
교육인적자원부는 “국립대는 정년심사 요건을 강화하고 있고 이런 노력을 성과급 배정 때 반영하고 있다”며 “사립대의 경우도 교수평가제도를 대학 평가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대학들의 교수 정년보장 심사 강화 노력 | ||
대학 | 분야 | 정년보장 교수 심사 규정 |
서울대 | 경영대 | -세계 톱3 학술지에 3편 포함 톱10 학술지에 총 8편 이상 논문 게재 -자격조건만 갖추면 승진 연한에 도달하지 않아도 정년 보장 가능 |
자연대 | -SCI 논문 5편 이상 게재, 관련 분야 해외 석학 10명 중 5명 이상의 추천 -조교수 부교수 승진 심사에 외국인 교수 참여 | |
공대 | -SCI 논문 5편 이상 게재, 20시간 교수법 강의 이수, 국제학회로부터 논문상과 학술상 수상 등 -조교수 부교수 승진 심사에 외국인 교수 참여 | |
고려대 | 경영대 | -핵심 국제 최상위 논문 2편 포함 4편 또는 최상위 국제논문 2편 포함 6편의 논문 |
연세대 | 이학분야 (물리 화학 등) | -부교수 승진 필수 요건(국제2등급 이상 학술지에 논문 4편 게재)의 3배 -2009년 9월부터 현행 규정보다 50% 강화된 규정 적용 |
이화여대 | 자연대(화학) | -SCI에 등재된 학술지 및 국내 A급 학술지에 5편 이상 게재 -이전보다 논문 수가 각각 2편씩 증가 |
중앙대 | 인문·사회 | -국내외 전문학술지 논문 6편 이상 혹은 국내 전문학술지 논문 7편 이상 |
명지대 | 전체 | -전체 교수의 30%만 정년 보장-사문화된 규정을 내년부터 철저하게 준수 |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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