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곳곳에는 아랍어 간판이 걸려 있고 골목에서는 독특한 향신료 냄새가 풍겨났다.
정육점과 식당에는 ‘할랄(Halal)’이란 글씨가 적혀 있다. 이슬람식 도축법으로 잡은 고기만을 판다는 뜻이다.
이태원소방서에서 중앙성원 앞까지 거리는 200m 남짓. ‘이태원 이슬람 길’로 불리는 이곳에는 이슬람의 종교와 문화, 맛이 어우러져 있다.
○ 모스크 중심으로 문화권 형성
중앙성원의 경사진 입구를 걸어 올라가면 이슬람식 둥근 지붕의 예배당이 눈길을 끈다. 감나무에 감이 열린 아담한 마당에서는 이태원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중앙성원이 들어선 것은 1976년.
하지만 이 지역에 이슬람 문화권이 형성된 것은 불과 1년 남짓이다. 지난해부터 중앙성원 주변에 무슬림을 대상으로 식당과 마트가 잇따라 들어섰다. 이슬람 종교 서적을 파는 이슬람 북카페, 이슬람권 전문 여행사인 이테하드여행사 등도 무슬림이 자주 찾는 곳이다.
이 지역을 자주 찾는 무슬림들은 주로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출신 근로자들이다. 여기에 중앙아시아와 중동에서 온 사람들이 섞여 있다.
○ 주말엔 문화체험 나선 한국인 북적
중앙성원을 나서면 할랄 고기를 파는 무슬림 정육점과 식당, 식료품점 등이 이어진다.
이곳 마트에서 한국인들이 주로 구입하는 식품은 이란산 석류주스(1팩에 500원), 말린 대추야자(작은 박스 3500원), 심황(카레의 원료 중 하나인 향신료) 가루 등이다.
심황 가루는 치매 예방에 좋다는 소문 때문에 중년 이상의 한국인이 많이 찾는다.
마하바마트 주인 말리크(40·파키스탄) 씨는 “주말에는 어린 자녀와 함께 이슬람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나선 한국인이 아주 많다”고 소개했다.
지난달 12일부터 이달 11일까지는 라마단 기간. 무슬림들은 이 기간 중 해가 떠 있는 시간에는 식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요즘 낮 시간에 이슬람 식당을 찾으면 여유 있게 이슬람권 요리들을 즐길 수 있다.
인도나 아랍식 볶음밥, 케밥(꼬챙이에 고기를 끼워 구운 터키 요리) 등을 파는 음식점이 많다. 이태원소방서에 가까운 ‘포린 레스토랑’에서는 요리를 포장해 판다. 양고기 케밥과 커피 주스를 합해 6000원, 닭 가슴살로 만든 다이어트 케밥과 석류주스를 합한 메뉴는 3500원이다.
○ “이슬람, 제대로 알아 주세요”
중앙성원 사무실에서 만난 원로 이맘(예배 집전자) 이행래 씨는 “한국인들이 이슬람교와 그 문화를 제대로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 피랍자 석방을 위해 파키스탄을 다녀오기도 한 그는 “이슬람에 대한 이해가 한국 사회의 다양성과 문화적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중앙성원은 개별 단체나 기관, 학교 등으로부터 이슬람교에 대한 강의 요청을 많이 받고 있다. 이곳 직원이나 성직자들은 중앙성원에서 강의하거나 요청단체를 찾아 매달 20회 정도 이슬람에 대한 이해를 돕는 강의를 한다. 일반인도 중앙성원을 찾으면 안내를 받거나 각종 자료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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