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조형물 리베이트 2억 챙겨

  • 입력 2007년 10월 1일 03시 00분


서울서부지검은 ‘가짜 예일대 박사’ 신정아(35·여) 씨가 성곡미술관 학예실장으로 근무하던 2005년 이후 대기업과 관공서의 신축 건물 4, 5곳에 조형물을 납품해 주고 리베이트 명목으로 2억 원을 챙긴 사실을 확인했다고 30일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변양균(58) 전 대통령정책실장과는 무관하다”고 밝혀 신 씨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를 앞두고, 검찰이 신 씨의 개인 비리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 씨, 배임증재 혐의도 추가”=검찰은 신 씨가 기업체에서 받은 조형물 제작비 일부를 업체에 되돌려 준 정황을 확보했다. 검찰은 해당 기업체 관계자를 조사한 뒤 신 씨는 배임증재, 기업체는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앞서 검찰은 지난달 28일 성곡미술관 조형연구소를 압수수색해 회계장부를 확보했으며, 신 씨가 유치해 온 신축 건물 조형물의 계약서 작성을 담당했던 직원과 조각가 등을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축 건물에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은 1984년 서울시에서 처음 시행한 건축물 미술장식 제도로 1995년부터 전국으로 확대됐다. 문화예술진흥법상 연면적 1만 m² 이상의 건축물을 지을 때 건축비의 0.1∼1%에 해당하는 조형물을 설치해야 한다.

업계에선 조형물 조각가 선정 과정에서 중개상이나 화랑이 개입하는 사례가 60%를 넘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부산지검은 2002년 건설사와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대학교수와 건축업자 등을 배임증재·수재 혐의로 각각 구속 기소했다.

성곡미술관 조형연구소는 2001년 설립됐다. 그러나 설립 당시부터 대형 건축물이나 아파트에 조각가를 소개해 주고 그 대가로 받은 리베이트로 미술관의 재정을 확충하는 게 목적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실제로 성곡미술문화재단의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2003년 조형물 수익은 4억 원이었다. 그러나 신 씨가 큐레이터에서 학예실장으로 승진한 2004년에는 조형물 수익이 1295만 원, 이듬해에는 6655만 원, 2006년에는 0원으로 급감해 상당 액수를 신 씨가 빼돌린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서울서부지검 구본민 차장은 “일단 (조형물 납품을 신 씨에게 부탁한) 4, 5곳을 파악했으며 업체가 더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씨는 검찰에서 “2억 원을 모두 박문순 성곡미술관장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으나 박 관장은 “받은 돈 일부는 회사 업무 용도로 사용했으며 나머지는 모른다”고 반박했다.

▽장윤 스님 사찰에도 특별교부금 지급 의혹 제기=동국대 이사장인 영배 스님은 1일 발간되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장윤 스님의 요청에 따라 변 전 실장이 올해 전등사에 7억 원을 지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 씨의 가짜 학위 의혹을 무마한 영배 스님은 변 전 실장에게 부탁해 자신이 세운 울산 울주군의 흥덕사에 10억 원의 특별교부금을 지원받았다. 반면 올해 초 신 씨의 가짜 학위 의혹을 처음 제기한 동국대 전 이사 장윤 스님은 전등사의 주지로 지내다 9월 중순 사임했다.

이에 대해 구 차장은 “특별교부금 집행에 대해 행정자치부 담당자를 이미 불러 조사했는데 전등사에 배정된 사항은 없었다”고 말했다. 장윤 스님 측도 “그런 적 없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또 변 전 실장이 자신과 부인이 신도로 있는 경기 과천시의 보광사에 특별교부금 2억 원을 편법 지원한 것이 직권 남용 및 국고손실죄 등에 해당하는지도 수사하고 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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