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인문계 대입 실전 논술

  • 입력 2007년 10월 1일 03시 01분


◎ 논제

※ 다음 제시문을 읽고 논제에 답하시오.

[논제 1] 제시문 (가)를 요약하시오. (300±50자)

[논제 2] 제시문 (나)의 견해를 바탕으로 제시문 (다)를 해석하시오. (500±100자)

[논제 3] 제시문 (가)를 바탕으로 제시문 (다)의 견해를 비판하시오. (800±100자)

(단 예상되는 반론에 재반론을 취하는 형식으로 할 것)

■ 학생글

오은정·경기 문산여자고등학교 3학년

[논제 1]

제시문 (가)에서는 문명화된 사회에서 특정한 관행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①문명화된 사회 역시도 잔혹함을 가지고 있지만 단지 보이는 곳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행하는 차이다.이로 인해 문명화된 사회에 살고 있는, 자신이 우월하다고 믿는 백인들은 자신들의 잔혹함을 눈속임으로 덮어두고 문명화되지 못한 사회의 잔혹성만을 부각시킨다. 이런 ③백인의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이 백인들의 주장에 녹아 있어 유색인종이 문명화되지 못한 사회라고 합리화시킨다고 서술하고 있다.

[논제 2]

제시문 (나)에서는 편견을 인간이 가지고 있는 ①이중적 수단으로 여긴다. 이성적 판단을 할 수 있으므로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고 감정적 충동을 가지고 있으므로 편견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②하지만 편견에서 완전히 벗어난다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편견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일을 최소화하자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제시문 (다)에서는 인종주의적 관점에서 자신들의 문화를 가장 우수하다고 여기는 각 국가의 예를 들고 있다. 하지만 ③인종주의적 관점 역시 제시문 (나)에서 언급한 편견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는 ④자신들의 문화와 민족을 타문화에 비해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문화 중심주의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아시아와 유럽의 대결, 더 나아가 동양과 서양의 차이로 구분되는 이 싸움은 인종에 대한 가치 갈등으로 보아야 한다. 하지만 서로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이 속한 인종의 우수성만을 주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⑤오히려 제시문 (나)에서 주장한 대로 인종주의적 관점을 가질 수 있다는 현상 자체를 인정하고 그 편견마저도 포용할 수 있는 지혜로운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논제 3]

제시문 (다)에서 ①동서양은 오래전부터 서로 자신들의 인종적 우월성을 주장했다는 것을 ②나타내고 동서양 모두 각각의 인종 중심적 의식이 있다고 서술한다. 하지만 제시문 ③(가)에서는 문명화 되었다는 것도 눈속임에 지나지 않으며 불합리한 것을 합리화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즉, ④제시문 (가)에서는 문명화되었다는 이유로 오히려 한 사회를 비문명화되었다고 일방적으로 몰아붙여 인종차별에 이용하고 있다. 이는 동서양이 각각의 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제시문 (다)에 반한다. 인종 중심적으로 자기 문화의 우월성을 강조한다면 ⑤강자의 논리만 살아남는다. 결국 문명화 되었다고 믿는 서구 세력이 이기는 것이다. 서로 같은 인종에게는 관용적이지만 타인종에게는 배타적이기 때문에 국가의 싸움이 인종의 싸움으로 번져 인종에 대한 혐오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백인이 우수하다거나 흑인이 우수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제시문 (다)에서 서술한 대로 서로가 자신의 우월성을 주장하고 있고 과거부터 지도자의 위치에 있던 백인이 일방적으로 자신들의 권리를 합리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⑦따라서 제시문 (가)에서처럼 서양이 자신들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것은 동양의 다양한 인종과 문화 자체를 무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서양의 태도를 단순한 인종차별의식으로 결론짓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 이는 인종이 다양한 이상 지속되는 문제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종차별 의식을 편견으로 규정하고 서로의 문화를 넓게 포용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 첨삭지도

글의 형식 완벽한 조화… 최신유형 대비부족 ‘옥에 티’

전체적으로 논술문 쓰는 연습을 꾸준하게 하고 있는 학생으로 보인다. 논술 채점은 총체적 인상 평가의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총체적 인상 평가라는 것은 전문가적 관점에서 글을 읽고 바로 채점을 하는 방식이다. 일면 매우 부적절하고 공정성이 결여된 채점 방식으로 보일수도 있지만, 채점자 연습을 통해서 꾸준하게 채점을 진행한 후 평가를 해 보면 분석적 채점과 편차가 크지 않다. 하지만 위의 제시문에서도 언급한 것과 같이 채점을 하는 채점관도 인간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감성적 편견’은 개입될 수도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위의 글은 매우 훌륭하다. 일단 글의 형식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논술 연습이 이루어지지 않은 학생 대부분은 글의 형식을 맞추지 못한다. 형식을 맞추지 못한 글은 내용이 훌륭하더라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반면에 위의 글은 형식을 정확하게 유지하고 있음으로 좋은 점수가 예상된다.

다만 [논제 1]과 [논제 2]의 답안의 완성도에 비해 [논제 3] 답안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것이 안타깝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 이유는 최신 유형에 대한 대비가 부족한 것에서 오는 것으로 보인다. 많은 대학이 반론에 재반론 형식을 취하고 있으므로 그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논제 1]

①제시문의 분석은 좋다. 다만 제시문의 내용을 옮기는 과정인데 제시문의 내용이 아닌 자신의 생각처럼 논술된 것이 아쉽다. 또한 종결 부분에 ‘행하는 것이’로 고쳐야 올바른 표현이다. ②두 문장을 하나로 만들고 있다. ‘문명화된 사회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백인들은’으로 한 문장으로 만드는 것이 좋다. ③제시문 (가)는 유색인에 대한 차별보다는 자신의 관점으로 남을 바라보는 차이를 이야기하고 있다.

[논제 2]

①‘이중적 수단으로 여긴다.’ 뜻이 모호해졌다. ‘인간은 편견을 가질 수도 있지만 줄일 수도 있다’라고 풀어서 설명해 주는 것이 좋다. ②매우 잘 쓴 문장이다. ③제시문을 심층적으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인종주의보다는 문화적보편주의 내지는 자문화중심주의로 해석하는 것이 올바르다. ④‘자신들의 문화를 최우선시 한다’로 바꾸면 글이 정교해진다. ⑤글의 완성적 측면에서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마무리이다.

[논제 3]

①동서양을 양분하지 말고 ‘모든 문화권은’으로 고치는 것이 좋다. ②앞서 지적한 것과 마찬가지로 ‘동서양’이라는 표현보다는 ‘모든 문화는’으로 고치는 것이 좋다. ③매우 좋은 표현인 동시에 문제의 핵심을 지적하는 훌륭한 문장이다. ④전체적인 오류다. 문화는 문명화 되고 그렇지 않고를 가릴 수 없다. 글의 내용만으로 보자면 이미 학생은 문화에 대한 보편주의적 관점에서 글을 쓰고 있는 것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⑤‘강자의 논리만 살아남는다’라는 표현의 의미가 모호하다. ‘인종주의적 관점으로 약자를 억압하는 것이 좋지 않다’라는 논의를 전개하려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문화에 다양성이 파괴된다’쪽으로 전개하는 것이 좋다. ⑥이 부분부터 논의가 전체적으로 빗나가고 있다. 반론에 재반론의 형식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 ⑦ 논의가 전체적으로는 다르지 않다. 다만 위의 논의를 바탕으로 한 문화만을 절대적인 것으로 여기는 것은 잘못이다. 쪽으로 논의를 전개하는 것이 좋다.

논제 분석

[논제 1] 요약문제이다. 요약은 논술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요약이라고 하면 보통 분량을 줄이는 것으로 인식하는 학생이 많다. 이것은 잘못된 교육으로 인한 편견이다. 요약이라는 것은 글의 분량을 줄이는 행위는 맞다. 하지만 단편적으로 글의 분량을 줄이는 것이 요약은 아니다. 글의 흐름을 잡고 그 흐름에 맞추어 글이 제시하고 있는 내용을 선명하게 드러내야 한다. 결론적으로 요약을 하기 위해서는 글의 주제와 주제까지 이어지는 논리의 흐름을 파악해야 정확한 요약을 할 수 있다. 요약형 문제가 나오면 일단 펜을 들고 글을 쓰려는 학생이 많은데 펜을 들기 전에 주제가 무엇인지 논리의 흐름은 어떠한지 다시 한 번 살피자.

[논제 2] 제시문 (나)는 인간의 편견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우리가 편견을 갖는 것은 인간으로서 당연한 측면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편견을 줄일 수 있는 것도 인간이기에 가능하다고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제시문 (다)의 견해인 ‘문화보편주의’는 인간으로서 어쩔 수 없는 것일 수도 있다. 여기서 우리는 제시문 (나)의 내용인 ‘인간이기에 편견을 줄일 수 있음’에 주목하여 자신의 문화를 중심으로 사고를 하는 것은 불가피한 현상이지만 역으로 인간이기 때문에 이러한 단점을 극복할 수 있음을 서술해 주어야 한다.

[논제 3] 제시문 (가)는 ‘문화보편주의’적 관점을 보이는 독일의 한 여배우를 중심으로 ‘문화보편주의’가 얼마나 부당한 것인지를 강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반면에 위에 언급한 것과 같이 제시문 (다)는 ‘문화보편주의’의 성립 배경을 설명하면서 ‘문화보편주의’를 옹호하고 있다. 제시문 (가)를 바탕으로 제시문 (다)를 비판하는 것은 논술을 꾸준하게 준비한 학생들이라면 힘든 일이 아니다. 다만 조건으로 붙어 있는 ‘반론에 재반론’의 형식이 조금 까다롭게 느껴질 수도 있다. 반론에 재반론의 형식을 취하는 것은 자신의 논리를 좀 더 정밀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문화상대주의가 좋다’ 하지만 이러한 논리는 ‘인간의 보편적 관점을 역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으로 문화보편주의로 발생하는 문제들을 옹호하지는 못한다’ ‘아우슈비츠의 학살도 보편주의로 설명 가능하겠는가’- 위와 같은 방법으로 논리를 전개하는 것이다. 이러한 조건이 붙어 있지 않더라도 평소 글쓰기에 이러한 연습을 한다면 좋은 글쓰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제시문 분석

(가) 문화평론가 진중권 씨의 글로 한때 한국을 야만국으로 분류하여 공격하던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를 강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러한 행위는 매우 편협한 생각으로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이 발전하여 동물까지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오히려 혐오를 느껴 그러한 사상이 생기게 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특정 동물을 먹는다는 이유만으로 한 국가를 야만국으로 분류한 것은 자신의 문화가 가장 우월하다는 생각에서 출발된 우행이다.

(나) 편견을 주제로 쓴 글이다. 염종석 ‘편견에 관하여’에서 발췌하였다. 이 글의 요지는 인간이기 때문에 편견을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편견을 줄일 수 있는 것도 인간이기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인간은 ‘이성’과 ‘감성’이 공존한다. 우리는 이성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감성에 맞추어진 발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발상도 이성으로 다시 한 번 고찰해 봄으로써 편견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 문화적 적의 이미지를 고찰하고 있다. 문화적 적이라는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나와의 다름’에 있다는 것이다. 모든 문화는 자신을 ‘세상의 중심’으로 여기고 있다. 이러한 발상은 ‘나’를 중심으로 기준을 세우고 그러한 기준에 맞추지 못하는 것을 적으로 간주하게 한다.

김종두 학림논술연구소 상임연구원

■ 다음 주 논제

형이상학과 유물론을 대비하면서 사회변화의 원인에 대해 서술하라

[논제 1] <제시문 1>과 <제시문 4>를 비교·분석하고, <제시문 2>와 <제시문 3>을 비교·분석하시오. (600±60자)

[논제 2] <제시문 1>과 <제시문 2>를 이용해, <제시문 3>과 <제시문 4>의 주장을 대비하면서 ‘사회 변화의 원인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서술하시오. (1000±100자)

<제시문 1>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채 ‘빈곤의 악순환’만이 거듭되는 상황에 있어서는 독재주의나 공산주의가 성장하기 쉬운 반면 건전한 민주주의가 육성되기는 참으로 어렵다. 즉, 경제적 생산의 측면에서 기본적인 성장이 이룩되지 않는다면 민주주의 발전을 기대하기가 힘들다. “민주주의는 가난에 허덕이는 사회에서는 꽃필 수가 없다”고 한 베커(C. L. Becker)의 지적은 바로 이를 두고 한 말이다. (중략)

민주주의의 발전에 관심을 가진 대부분의 사람은 민주적 정치체제와 경제성장을 연관시켜 생각하고 있다. 말하자면 ‘부가 어느 수준에 이르면 민주정치가 전개 된다’는 것이다. 일찍이 맹자는 “의식이 족해야 예절을 안다”고 말했다. 이는 인간생활에 있어서 여유가 없이는 공공심이나 관용의 마음이 싹트기 어려움을 일깨운 말이다. 그렇다면 민주주의와 경제성장 간에는 어떠한 함수관계가 있을까? 오늘날에 이르러 립셋(S. M. Lipset) 또한 ‘민주적 정치발전은 비교적 높은 수준의 경제발전과 연관이 깊다’는 가설을 경험적으로 입증한 바 있다. 그는 경제발전의 척도로서 지수를 제시하여 ‘각 경우에 있어서 부의 균형·공업화·도시화의 정도·교육수준은 민주적인 나라일수록 훨씬 더 높다’는 사실을 도출하였다.

<제시문 2> 민주화는 대체로 실질임금의 상승과 복지의 확대를 낳고, 이에 따라 소득분배가 개선되고 대다수 서민의 삶의 형편이 나아진다는 것이 역사에서 보는 일반적인 경험이다. (중략)

서구의 역사적 경험에서 보면 민주주의 발달에 따른 경제정책의 변화는 크게 두 가지 흐름으로 나타났다. 첫째, 민주주의 발달은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는 경제시스템을 낳았다. 민주주의 발달 초기에는 재산권 보호와 법치주의 확립으로 군주에 의한 자의적인 경제통제와 간섭을 배제하면서 자유로운 시장경쟁을 발전시켰고, 이후에는 독점에 의한 시장 왜곡 등에 대한 정책 개입을 통해 시장경쟁의 공정성이 높아졌다. 둘째, 민주주의 발달은 인권 신장과 실질적인 기회균등 요구를 낳고, 이것이 국가의 인적자본 형성으로 이어졌다.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당연시되던 아동노동이 금지되고 노동자들에 대한 교육 확대와 나아가 모든 이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의무교육이 실시되었다. 20세기 후반에는 인적자원에 관한 국가의 역할이 더욱 발전되어 보육과 교육, 보건과 의료 등 직접적인 인적자본 관련 투자뿐만 아니라 연금이나 실업보험 등 포괄적인 소득보장을 실시하는 복지국가의 발달로 이어졌다.

이러한 경제정책의 민주화는 역사적으로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분배를 개선했을 뿐만 아니라 경제성장에도 매우 긍정적인 몫을 했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경제는 성장동력 약화와 양극화라는 구조적인 난제에 봉착해 있다. 이 문제를 푸는 열쇠도 경제정책의 민주화에 있다.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질서의 확립으로 자원배분의 민주성을 높이는 것과 누구나 잠재능력을 최대한 개발하고 발휘할 수 있도록 국가적으로 사람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그 핵심이다.

<제시문 3> 아리스토텔레스가 학문을 분류하면서 처음으로 사용한 형이상학(metaphysics)이라는 말은 문자 그대로 물리학(physics)에, 시간적으로는 ‘다음’이며 논리적으로는 ‘고차’를 뜻하는 meta라는 말이다. 즉, 비가시적 비감각적 비물질적 존재를 탐구하는 학문이라는 뜻이다. 왜냐하면 존재, 즉 실재의 근본적인 속성은 감각적 물리적 가시적 실증적인 것일 수 없고, 궁극적으로는 비가시적 비감각적 비물질적인 것으로 환원될 수밖에 없으며, 그것의 진위는 실증적이 아니라 비실증적 방법에 의해서, 즉 과학적이 아니라 철학적으로만 결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상적으로 그 수가 무한에 가까운 존재들의 근원적이고 궁극적인 구별은 그것들이 갖고 있는 존재적 속성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인데,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포괄적인 속성은 서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물질과 정신이라는 두 가지이다. 적어도 두 개념 중 어느 것도 아닌 속성으로 어떤 존재의 특징, 특수한 독립된 성격을 서술할 수는 없다. (중략)

관념론적 일원론은 모든 물질현상도 궁극적으로는 정신, 관념, 즉 플라톤이 말하는 이데아 혹은 관념적 존재나, 헤겔이 말하는 절대자로서의 비물질적 절대정신(Geist) 혹은 서양종교가 말하는 창조주로서 인격적 하느님의 마음의 구체적 표현현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믿는다. 그리고 이러한 관념론적 형이상학은 서양의 종교적 세계관만이 아니라 초월적 세계에서의 영적 영생을 희구하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종교적 및 동물적 소망과 일치함으로써 많은 이를 정서적으로 만족시킬 수 있다.

<제시문 4> 마르크스는 포이어바흐의 유물론과 헤겔의 변증법을 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결합해서 ‘변증법적 유물론’ 또는 ’유물론적 변증법‘을 완성했다. 유물론은 물질과 정신 가운데 물질이 1차적이고 근본적인 것이며, 정신은 이러한 물질에서 파생된 2차적이고 부수적인 것이라고 보는 이론이다. 즉, 물질이 정신을 낳게 하는 근본이며, 정신은 이러한 물질을 반영한 것이라는 관점이다. 변증법은 세계가 그 자체 속에 들어 있는 요소들 사이의 대립과 투쟁으로 말미암아 끊임없이 변화하고 운동하는 과정에 있다고 본다. 즉, 모든 사물 속에는 서로 화합할 수 없는 모순이 존재하기 때문에 대립과 갈등이 생기며, 그 결과로 세계는 항상 운동과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마르크스는 이러한 유물론과 변증법을 결합시킨 변증법적 유물론의 관점에서 세계를 분석했다. 그래서 그는 세계는 끊임없이 운동하고 변화하며, 그 원동력은 정신이 아니라 물질이라고 보았다. (중략)

역사적 유물론은 인간 사회와 역사가 어떻게 성립되고 존재하며 어떤 방식으로 변화하고 발전하는지를 밝힌 이론이다. 변증법적 유물론이 자연과 사회, 사고의 보편적인 운동과 발전 법칙을 다룬다면, 역사적 유물론은 그 가운데 사회의 운동과 발전 법칙을 다룬다. 역사적 유물론 또는 ‘유물론적 역사관’은 말 그대로 역사와 사회를 유물론 관점에서 이해한다. 마르크스는 물질, 즉 물질적 생산 활동이 역사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라고 보았다. 인간은 생존하기 위해서 물질 생산 활동을 해야 하며, 이러한 물질 생산 활동이 사회의 토대, 즉 하부 구조가 되어 정치나 법, 종교, 사상과 같은 상부 구조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경제 활동의 형태가 사회의 지배 구조나 사상의 형태를 결정한다는 뜻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계급이나 계급의식도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형성된다. 그래서 이런 관점을 ‘경제 결정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마르크스는 경제의 토대가 되는 생산 양식을 기준으로 삼아서 인류의 역사가 원시 공동체 사회에서 출발하여 고대 노예제 사회, 중세 봉건제 사회, 근대 자본주의 사회를 거쳐 사회주의 또는 공산주의 사회로 발전한다고 보았다.

임호일 학림논술연구소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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