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샘모루초등학교 1학년 김지민 양
엄마, 나 밥 안먹고 책 읽을래
매일 오전 7시 반. 잠에서 깬 김 양이 책을 집어 든다. 아침밥을 먹는 8시까지 책을 읽기 위해서다. 가끔은 아침밥도 거르고 책을 읽는다. 밥보다 책이 좋아서다. 학교에 갈 시간이 오면 책을 놓는 게 아쉬워 한숨이 나올 때도 있다. “아, 가만히 앉아서 책만 읽었으면 좋겠다.” 일곱 살 김 양의 소원은 원 없이 책을 읽어보는 것이다.
김 양의 엄마 윤정희(37) 씨는 김 양이 생후 6개월 때부터 습관적으로 책을 읽어줬다. 다섯 살이 될 때까지는 자기 전에 5권을 꼭 읽어줬다. 책은 장르별로 다양하게 선정했다. 위인전과 사회과학 서적을 고루 섞은 뒤 아이가 읽고 싶어 하는 책을 한두 권 추가했다. 엄마의 꾸준한 노력 덕분에 김 양은 책을 제일 좋은 ‘장난감’으로 여긴다.
주로 전집을 보게 하던 엄마는 요즘 낱권으로 책을 사주고 있다. 한 권씩 스스로 고르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기 위해서다. 김 양은 3권 중에 1, 2권을 스스로 선택해서 읽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초등부 저학년은 창작 동화 ‘오웬과 음제’의 내용 일부를 읽고 어떤 친구가 좋은 친구인지 쓰라는 논제가 나왔다.
이에 대해 김 양은 “이 책을 읽고 누구나 마음만 통하면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좋은 친구를 사귀려면 노력을 해야 한다”며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고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고양 가좌초등학교 4학년 구하연 양
목적이 분명한 독서가 좋아
“글을 쓸 때는 머릿속에 떠오른 장면을 그림 그리듯 써요. 쓰고 나면 속이 시원한 느낌이에요.”
작년 대회에서 은상을 탔다는 구 양은 말할 때도 군더더기 없이 분명했다. ‘생각나는 대로 글을 쓰는’ 타입이지만, 다 쓰고 고칠 때도 부자연스러운 문장은 거의 없다는 구 양. 머릿속에 생각이 잘 정리되어 있어서 이야기하듯 글을 풀어낼 수 있는 것이다. 책을 많이 읽은 덕분이다.
이번 경시대회에서 구 양은 제시문으로 주어진 창작동화 ‘양파의 왕따일기’를 읽은 뒤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를 묻는 논제와 맞닥뜨렸다. 구 양은 학교에서 왕따를 해결할 방법을 조목조목 써내려갔다. 다음은 구 양이 쓴 글의 일부.
“옛말에 ‘다른 사람의 꾸짖음을 싫어하는 사람은 그 행실에 나아짐이 없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자신의 친구나 다른 사람이 잘못을 지적하여 고치도록 타일러 주면 항상 기분 나빠할 뿐, 고마워하거나 그 행동을 고치려하지 않는다.”
구 양은 일주일에 책을 2, 3권 읽는다. 좋아하는 장르는 창작동화나 소설. 그러나 필요한 내용이라면 장르를 가리지 않고 찾아 읽는다. 외교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는 ‘반기문 총장님처럼 되고 싶어요’(명진출판사)를 읽었고, 학교생활의 고민을 해결하고 싶을 때는 ‘어린이를 위한 배려’(위즈덤하우스)를 읽었다.
이처럼 목적을 분명히 정하고 책을 찾아 읽는 습관은 3학년 때부터 생겼다.
“보기 싫은 과학책은 책꽂이에 꽂아놓지 않고 일부러 여기저기 던져둬요. 안 그래도 보기 싫은데 책장에 빽빽이 꽂혀 있으면 더 읽기 싫어지잖아요?(웃음)” 독서를 ‘편식’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셈이다. 단, 학습만화는 좋아하지 않는다. 책은 반복해 읽을 때마다 매번 다른 의미를 발견하지만, 학습만화는 한번 읽으면 그뿐이다. 내용을 알고 나면 더는 새롭지도 재미있지도 않다는 것이다.
글=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사진=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디자인=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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