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몰입 교육은 영어를 도구로 다른 교과 수업을 진행해서 영어와 교과 내용을 동시에 배우도록 하는 방식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시범학교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기존의 교육과정을 바꾸지 않고 특별활동이나 보충활동 시간을 활용한 것은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영어 몰입 교육은 일정 기간에 목표 언어만을 사용하여 집중적으로 학습시키는 특수 교육이므로 한국어만 사용해도 먹고살기에 별로 불편을 느끼지 않는 한국적인 상황에서 성공을 기대하기에는 다소 제약이 따른다.
필자가 최근 부산 교원연수원에서 수강 중인 초등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몰입 영어 교육은 영어 공교육의 내실화나 신뢰 회복에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반응이어서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설문조사 중 ‘영어 몰입 교육을 찬성하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95%가 반대했다. 영어 몰입 교육에 걸림돌이 되는 것으로는 교사의 영어 구사력 부족, 현장 학습 시설과 자료의 부족, 학생의 수준 차를 지적했다.
‘교사 본인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영어로 학습 진행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에는 63%가 ‘불가능하다’고, ‘공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질문에는 75%가 ‘공교육을 악화시킨다’고 밝혔다. 교육 현장의 실태로 미뤄 볼 때 몰입 교육을 일반화하기에는 시기상조이고 상당한 준비 기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이 시점에서 영어 몰입 교육보다 더욱 시급한 일은 초등학교에 원어민 교사를 한 명씩 상주시켜서 영어 공교육을 더 내실화하는 것이 아닐까?
영어 공교육에 대한 신뢰 회복은 가정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남의 아이가 해외 연수를 가니까 내 아이도 보내는 식이 아니라 자녀의 영어 수준을 먼저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영어 학습을 시켜야 한다. 교육 당국은 영어 공교육의 내실화를 위해서 영어 몰입 교육 실시 시기를 신중히 결정하기 바란다.
홍진옥 인제대 외국어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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