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의 파격…갓 박사 취득 27세 외국인 여교수 채용

  • 입력 2007년 10월 2일 03시 02분


최근 파격 인사를 통해 박사학위를 받자마자 KAIST 교수로 임용된 메리 캐서린 톰슨 씨. 사진 제공 KAIST
최근 파격 인사를 통해 박사학위를 받자마자 KAIST 교수로 임용된 메리 캐서린 톰슨 씨. 사진 제공 KAIST
톰슨 교수 “세계명문 도약 필요한건 시간-돈-상상력-노력뿐”

테뉴어(tenure·정년보장) 심사제도를 강화해 최근 15명의 교수들을 한꺼번에 심사에서 탈락시킨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이번에는 파격적인 교수 임용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 주인공은 지난달 18일 KAIST 건설 및 환경공학과 교수로 임용된 메리 캐서린 톰슨(27) 씨. 톰슨 교수는 KAIST 교수가 된 첫 번째 외국인 여성이다.

이보다 더 관심을 끄는 부분은 톰슨 교수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날 KAIST의 전임교수(조교수)가 됐다는 점. KAIST는 국내외 교수를 막론하고 지금까지 여러 해의 박사후과정(포스닥)을 거친 사람만 전임 교수로 임용해 왔다.

KAIST는 지난달 1일자로 톰슨 씨를 전임교수로 임용하려 했으나 그때까지 박사 학위증이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우선 ‘초빙 교수’로 임용했다. 이어 같은 달 18일 톰슨 교수가 학위증을 받은 당일 전임 교수로 바꾼 것.

톰슨 교수의 임용은 “국내외를 가리지 말고, 젊고 유능한 교수를 적극 유치하라”는 서남표 총장의 주문에 따라 이뤄졌다.

이 대학 박희경 건설 및 환경공학과장이 MIT에서 탁월한 연구능력을 보인 톰슨 교수를 불러오기 위해 지난해 12월 MIT가 있는 미국 보스턴으로 건너가 인터뷰했다.

박 교수는 1일 “서 총장이 훌륭한 학생이라고 여러 번 회의석상에서 칭찬을 했고, 학계에서도 전망 있는 학자라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공모 형식’을 빌리기는 했지만 사실상 ‘삼고초려’를 해 영입했다”면서 “우수한 학자를 다른 대학에 뺏기지 않기 위해 박사학위를 받자마자 전임교수로 임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톰슨 교수는 ‘접촉과 마찰시스템을 위한 유한 요소기술의 개발과 응용 연구’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에 앞서 1998년 MIT 입학 이후 국제 학술회의에서 ‘최우수 논문상’ 등을 10여 차례 받은 인재다.

박 교수는 “KAIST의 교수 봉급은 미국 대학에 비해 3분의 2에 불과해 연봉을 500만 원 정도 더 주고 톰슨 박사를 데려왔다”며 “MIT 같은 명문 대학을 졸업한 미국인이 국내 대학 교수로 임용된 것도 처음”이라고 소개했다.

톰슨 교수는 이날 “MIT 시절 은사인 서 총장이 KAIST를 세계 최고의 대학으로 만들겠다고 하는 데 공감해 한국행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공인 기계 디자인을 건설 및 환경 분야에 적용해 도시 디자인을 연구하고 KAIST의 미래도시연구소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계획”이라며 “MIT와 같은 세계적인 대학이 되기 위해 KAIST에 필요한 것은 시간과 돈, 상상력 그리고 노력”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KAIST의 젊은 외국인 교수 임용은 앞으로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KAIST 고위 관계자는 “서 총장이 젊고 유능한 교수들을 채용해 되도록이면 30대에 테뉴어 심사를 받도록 지시했으며, 2011년까지 외국인 교수를 전체 교수의 30%까지 증원하겠다는 방침을 세워 놓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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