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말부터 전남 보성군의 바닷가에서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된 20대 남녀 4명은 모두 70대 어부 오모(70·보성군 보성읍) 씨가 배(사진)에서 살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한 달 사이 같은 지역에서 4명이 피살되는 과정에서 경찰의 초동 수사가 미흡해 추가 피해자가 생겼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남 보성경찰서는 지난달 25일에 자신의 배에 탔던 조모(24·여·회사원) 씨와 그 친구인 안모(23·여·간호사) 씨를 성추행하려다 반항하자 바다에 빠뜨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오 씨가 8월 말 실종된 남녀 대학생 2명도 살해한 사실을 자백했다고 1일 밝혔다.
경찰에서 오 씨는 “8월 31일 보성군 율포면 율포 나루터에서 대학 1학년생인 김모(21) 씨와 여자 친구 추모(20) 씨를 자신의 0.5t FRP 어선에 태우고 바다로 나갔다가 추 씨를 성추행하기 위해 어구 상자에 앉아 있던 김 씨를 뒤에서 밀어 바다로 빠뜨렸다”고 말했다.
오 씨는 또 “허우적거리며 배에 오르려는 김 씨를 쇠갈고리가 달린 어구로 여러 차례 내리쳐 숨지게 했다. 그 뒤 추 씨를 추행하려는데 추 씨가 반항해 바다로 밀어뜨린 뒤 달아났다”며 살해 혐의를 시인했다.
경찰은 오 씨가 키 165cm에 왜소한 체격이지만 오랜 어부생활로 수영에 능해 피해자들과 몸싸움을 하다 물에 빠진 뒤 먼저 배에 올라 이들을 제압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경찰은 피살된 김 씨 등이 사라진 뒤 가족 등에게서 실종신고를 받고도 이들의 시신이 발견될 때까지 수사를 진척시키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찰은 추 씨가 8월 31일 오후 6시경 4차례나 휴대전화로 119에 전화를 걸었다가 말없이 끊었지만 이를 집중적으로 수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보성경찰서와 여수해양경찰서 사이의 공조수사 부재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보성경찰서가 김 씨와 추 씨의 행적을 수사하는 동안 두 사람의 변시체를 발견하고 부검을 의뢰한 여수해경은 단순 익사사고로 보고 수사를 벌였으며 지난달 28일 안 씨 등의 시신이 발견되자 그제야 보성경찰서로 사건을 넘겼다.
또 경찰은 타박상이 있는 김 씨의 시신 등이 발견된 뒤에도 오 씨가 조 씨 등 여성 2명을 추가로 살해했다가 지난달 29일 체포될 때까지 김 씨 등이 피살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경찰은 “추 씨의 휴대전화 발신지를 추적했으나 바다라는 것만 나왔을 뿐 특정지역을 알 수 없었다”면서 “변시체가 발견된 뒤 초기부터 공조수사를 벌였지만 물증 확보에 한계가 있어 어려움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보성=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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