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살 여대생 사고당시 119에 4차례 휴대전화

  • 입력 2007년 10월 2일 03시 02분


경찰, 70대 어부 한달새 4명 살해할 동안 초동수사 ‘허우적’

8월 말부터 전남 보성군의 바닷가에서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된 20대 남녀 4명은 모두 70대 어부 오모(70·보성군 보성읍) 씨가 배(사진)에서 살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한 달 사이 같은 지역에서 4명이 피살되는 과정에서 경찰의 초동 수사가 미흡해 추가 피해자가 생겼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남 보성경찰서는 지난달 25일에 자신의 배에 탔던 조모(24·여·회사원) 씨와 그 친구인 안모(23·여·간호사) 씨를 성추행하려다 반항하자 바다에 빠뜨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오 씨가 8월 말 실종된 남녀 대학생 2명도 살해한 사실을 자백했다고 1일 밝혔다.

경찰에서 오 씨는 “8월 31일 보성군 율포면 율포 나루터에서 대학 1학년생인 김모(21) 씨와 여자 친구 추모(20) 씨를 자신의 0.5t FRP 어선에 태우고 바다로 나갔다가 추 씨를 성추행하기 위해 어구 상자에 앉아 있던 김 씨를 뒤에서 밀어 바다로 빠뜨렸다”고 말했다.

오 씨는 또 “허우적거리며 배에 오르려는 김 씨를 쇠갈고리가 달린 어구로 여러 차례 내리쳐 숨지게 했다. 그 뒤 추 씨를 추행하려는데 추 씨가 반항해 바다로 밀어뜨린 뒤 달아났다”며 살해 혐의를 시인했다.

경찰은 오 씨가 키 165cm에 왜소한 체격이지만 오랜 어부생활로 수영에 능해 피해자들과 몸싸움을 하다 물에 빠진 뒤 먼저 배에 올라 이들을 제압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경찰은 피살된 김 씨 등이 사라진 뒤 가족 등에게서 실종신고를 받고도 이들의 시신이 발견될 때까지 수사를 진척시키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찰은 추 씨가 8월 31일 오후 6시경 4차례나 휴대전화로 119에 전화를 걸었다가 말없이 끊었지만 이를 집중적으로 수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보성경찰서와 여수해양경찰서 사이의 공조수사 부재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보성경찰서가 김 씨와 추 씨의 행적을 수사하는 동안 두 사람의 변시체를 발견하고 부검을 의뢰한 여수해경은 단순 익사사고로 보고 수사를 벌였으며 지난달 28일 안 씨 등의 시신이 발견되자 그제야 보성경찰서로 사건을 넘겼다.

또 경찰은 타박상이 있는 김 씨의 시신 등이 발견된 뒤에도 오 씨가 조 씨 등 여성 2명을 추가로 살해했다가 지난달 29일 체포될 때까지 김 씨 등이 피살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경찰은 “추 씨의 휴대전화 발신지를 추적했으나 바다라는 것만 나왔을 뿐 특정지역을 알 수 없었다”면서 “변시체가 발견된 뒤 초기부터 공조수사를 벌였지만 물증 확보에 한계가 있어 어려움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보성=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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