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의 충격…서울대 연구소 3곳 중 1곳 ‘F학점’

  • 입력 2007년 10월 2일 03시 02분


《서울대가 운영 중인 연구소 3곳 중 1곳은 종합적인 연구 수준이 100점 만점에 60점에도 못 미치는 ‘F 학점’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절반 이상의 연구소가 ‘C 학점’ 수준인 70점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는 서울대 연구처가 최근 교내 연구소 57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7년 서울대 연구소 평가(연구소 평가)’에 따른 것이다.》

■ 서울대연구처, 교내연구소 57곳 대상평가

90점 이상은 단 3곳… 절반 넘게 70점 못미쳐

산학협력 활발한 공대 연구소들도 뜻밖 부진

○ 전 계열 연구소 평균 ‘D 학점’

연구처가 최근 2년간의 연구 성과에 대한 종합평가를 실시한 결과 전체 연구소의 31.6%인 18곳이 60점 미만이었다. 절반 이상인 32곳의 연구소(56.1%)는 70점 미만이었다. 90점 이상을 받은 연구소는 단 3곳(5.3%)에 불과했고 80점 이상을 받은 연구소도 14곳(24.6%)에 그쳤다.

90점 이상을 받은 연구소는 인문사회계열 1곳, 이공계열 2곳이었으며 60점 미만을 기록한 연구소는 인문사회계열 6곳, 이공계열 10곳, 예체능계열 2곳이었다.

계열별 연구소들의 평균점수는 인문사회계열 68.96점, 이공계열 65.9점, 예체능계열 64.14점을 기록해 모든 계열이 ‘D 학점’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인문사회계열에서는 평균 58.8점을 기록한 국제대학원 소속 연구소들이, 이공계열에서는 평균 61점을 기록한 공대 소속 연구소들이 각 계열의 평균 점수를 끌어내리는 주요 요인이 됐다. 예체능계열에선 음대 소속 연구소들이 평균 55.6점으로 가장 낮았다.

○ 공대, 경영대 연구소들 부진

산학협력이 활발한 것으로 알려진 공대나 경영대 연구소들이 이번 평가에서 상대적으로 부진한 성과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공대 연구소의 경우 13곳 중 4곳만 70점 이상을 기록했고, 6곳은 50점 미만을 받았다.

경영대 연구소들도 82.1점을 기록한 경영연구소를 제외하고는 3곳의 연구소 모두 60점대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국양 서울대 연구처장은 “이번 평가에서는 산학협력 부문에 대한 비중이 낮았기 때문”이라며 “다음 평가에서는 이를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이장무 총장이 취임한 뒤 적극적으로 추진한 국제화에도 불구하고 국제학 분야 연구소들의 점수가 낮게 나온 것도 특징이다.

국제대학원 소속인 국제학연구소와 일본연구소는 각각 69점과 48.6점, 사회대와 인문대 소속인 국제문제연구소와 미국학연구소는 각각 63.5점과 65점을 기록했다.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원장은 “국제대학원 소속 연구소들은 역사가 짧고 교수도 적어 외부 연구를 유치하기 어렵다”며 “여러 단과대와 대학원에 흩어져 있는 국제학 연구소들의 연구기능을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개선권고’ 판정 연구소 단 한 개

서울대는 이번 평가에서 계열별로 상위 20%에 들어가는 연구소에는 ‘최우수’, 차상위 30% 연구소에는 ‘우수’ 판정을 내렸다. 또 하위 50%에 속한 연구소들은 평가위원들의 협의를 거쳐 ‘보통’이나 ‘개선권고’ 판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이번 평가에서는 일단 인문사회계열의 심리과학연구소에만 개선권고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국양 연구처장은 “2년 후 평가에서는 성과가 없는 연구소들을 퇴출시키고, 연구원 내에서 성과가 좋은 연구팀은 개별 연구소로 독립할 수 있는 기준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 “외국인교수 연구-거주 환경 나빠 유치 걸림돌”▼

■ 로버트 매케이 교수 보고서

“서울대 홈페이지에는 외국인 학생을 위한 정보는 많이 있지만 외국인 교수들에게 필요한 채용 과정, 한국 생활, 연구 및 교육활동 등과 관련된 정보는 거의 없다.”

서울대 공대 컴퓨터공학부 로버트 이언 매케이(사진) 교수는 지난달 공대와 대학본부에 ‘우수 외국인 교수 유치 방안’ 보고서를 제출하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1일 “서울대는 높은 학문과 학생 수준을 지니고 있고 한국의 유수 기업들과 활발한 연구교류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행정 시스템이나 생활에서는 불편한 점이 많다”며 “특히 장기 체류 때 불편함은 더욱 커진다”고 밝혔다.

실제 사례를 묻는 질문에 그는 교수 배우자에게 비취업 비자가 제공되는 것, 자녀들의 교육 여건이 좋지 않은 것, 외국인에 대한 은행 대출이 제한적인 것, 학교 내 주요 공문이 한글로만 작성된다는 것 등 그동안 겪었던 불편한 점을 쉬지 않고 나열했다.

영국 브리스톨대에서 컴퓨터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1985년 캔버라 소재 뉴사우스 호주 국방대(UNSW at AFDA)에서 교수생활을 시작한 매케이 교수는 2005년 외국인 교수로는 처음으로 서울대 공대 전임교원이 됐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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