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교수는 “여러 학회에 참석하고 다른 전공 분야에 대해 공부하려면 바쁘기는 하지만 선진국에서 이미 보편화된 학제 간 연구는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처럼 KAIST의 대부분의 교수는 자기 전공에 안주할 수 없는 상황이다.
3일 이 대학 고위 관계자는 “서남표 총장이 지난해 7월 취임한 뒤 교수들에게 ‘강의는 따로 하되 연구는 같이해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내라’고 강력히 주문한 뒤부터 학제 간 연구가 빠른 속도로 활성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 총장은 또 “KAIST에서 전공을 넘어 새로운 것을 연구한 교수들은 테뉴어(tenure·정년 보장)를 많이 받게 될 것”이라고 수시로 강조하고 있다.
서 총장의 학제 간 연구 강화 주문에 따라 지난해 8월 대학 내에 ‘한국과학기술원연구원(KI)’이 설립됐다. 산하에는 △바이오융합연구소 △미래도시연구소 △정보기술(IT)융합연구소 △설계연구소 △엔터테인먼트공학연구소 △나노융합연구소 △청정에너지연구소 등 7개 연구소가 문을 열었다.
KI에는 이 대학 전체 교수 430여 명 중 170여 명이 ‘전공의 벽’을 넘어 참가하고 있다.
최근 박사학위를 갓 취득한 20대 외국인 여성으로 KAIST 전임교수가 돼 화제를 모은 메리 캐서린 톰슨(27) 씨도 KAIST의 건설 및 환경공학과에서 연구 와 강의를 하고 있다.
톰슨 교수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기계디자인을 전공했고 KAIST에도 전공학과가 있다. 하지만 KAIST 측이 학제 간 연구 강화를 위해 다른 학과에 배치한 것.
KAIST의 박희경 건설 및 환경공학과장은 “톰슨 교수는 건설 및 환경공학과가 주축인 미래도시연구소에서 기계디자인을 도시디자인에 접목하는 연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수들은 다른 전공학과에서 근무하길 꺼리기 때문에 채용이 쉽지 않다는 문제는 있지만 학제 간 연구 활성화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라며 “앞으로 IT 전문가와 에너지, 화학공학 분야 전공자까지 건설 및 환경공학과 교수로 채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