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훔치고…성폭행까지, 위험한 경관들… 손 놓은 수뇌부

  • 입력 2007년 10월 6일 03시 00분


돈 훔치고… 돈 뜯어내고… 강도에 성폭행까지…

‘강도 강간 성추행 절도….’

최근 경찰관들이 저지른 범죄들이다. 경찰들의 강력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하위직 경찰의 범죄가 많았던 이전과 달리 최근에는 간부급 경찰까지 범죄 대열에 가세하고 있다. 경찰 내부에서조차 “정권 말 경찰 기강이 풀어질 데까지 풀어진 게 아니냐”며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간부까지 범죄 대열에=서울 동작경찰서 대방지구대 순찰팀장인 정모(47) 경위는 3월 18일 부하직원 강모(40) 경장의 손가방에서 현금 30만 원을 훔친 혐의로 5일 불구속 입건됐다.

이에 앞서 여자 화장실에서 몰래카메라를 찍다 붙잡힌 경찰관, 성인오락실과 유흥업소 단속정보를 제공하고 업주들에게서 5800만 원을 뜯어낸 경찰관 모두 초급 간부인 경위들이었다. 일선 경찰관들을 관리하고 감독해야 할 간부들이 범죄에 앞장서고 있는 셈이다. 경찰 안팎에선 지난해부터 진급한 지 8년 이상 된 경사 가운데 결격사유가 없는 한 경위로 자동 진급시키는 근속승진 제도가 도입되면서 간부들의 소양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표창원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문제가 된 경위들은 오랜 기간 잘못된 방식으로 범죄를 다루다가 죄의식이 무뎌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경찰들의 범죄 중 직무와 무관한 강도 강간 성폭행 등 강력범죄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

경찰의 형법(刑法) 위반 범죄는 2002년 354건이었지만 최근 5년 새 82%나 증가해 지난해에는 645건에 이르렀다.

▽징계보다는 감싸기 급급=경찰 범죄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데 경찰은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해 기강 해이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하직원의 돈을 훔친 간부는 사건 발생 6개월 뒤에야 사실 관계를 파악해 대기 발령을 냈다. 지하철에서 여성 승객을 성추행한 경찰관에 대해서는 징계를 하지 않다가 본보의 취재가 시작되자 감찰에 나섰다. 경찰청은 지난달 말 전국 경찰에 범죄 경력이 있는 ‘관리 대상 경찰관’ 실태 점검을 지시했다. 현직 경찰이 여성들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구속된 지 10여 일이나 지난 뒤였다.

경찰청의 한 간부는 “경찰청장 해임을 요구한 황운하 총경을 징계하기 위해 신속하게 움직이던 모습과는 너무 대조적”이라고 꼬집었다. 경찰 안팎에선 경찰 수뇌부가 정권 말 전형적인 복지부동의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는 비난이 높다.

한편 경찰청은 간부급을 포함해 일선 경찰관들의 범죄가 끊이지 않자 심리상담 전문가를 위촉하는 ‘민간 고충상담관제’를 도입하기로 하고 10일까지 전국 지방청별로 정신과 의사와 목사, 심리치료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상담관 170명을 위촉할 계획이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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