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에 모인 200여 명의 학부모와 주민, 학생 등은 연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가을밤의 정취에 젖었다.
대구하모니카연주회 회원 15명은 ‘희망의 속삭임’과 ‘고향생각’ 등 10여 곡을 선보였다.
아마추어 관현악단인 한울림관악합주단은 동요부터 클래식, 대중가요를 1시간가량 연주했다.
관악합주단 단장으로 색소폰을 연주한 이철호(60) 대구 정화중학교 교장은 “팔공산 품속에 안겨 있는 학교가 참 아름답다”며 “작은 학교지만 훗날 한국을 짊어질 인재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모니카연주회는 아름다운 연주와 함께 학생들을 위해 탁구용품을 한아름 선물했다.
연주회에 이어 대구교육과학연구원의 별사랑연구회원들은 천체망원경 4대를 운동장에 설치해 밤하늘의 별을 관찰하도록 해 줬다.
공산중은 전교생이 200여 명인 소규모 학교. 달성군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구의 중학교 가운데 규모가 가장 작다.
1980년대에는 학생이 500여 명에 달했지만 인근 농촌의 학생 수가 줄면서 1990년대 후반에는 80명가량으로 떨어져 폐교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학교가 전교생 220명으로 다시 우뚝 일어선 것은 교사와 주민, 동문들이 “전통 있는 학교가 사라지게 할 수는 없다”며 힘을 모았기 때문.
이 학교는 1948년 당시 공산면민들이 시내 학교까지 가기 어려운 마을 학생들을 위해 설립했다.
수년 전만 해도 옆 공산초등학교 졸업생만 진학했으나 지금은 공산터널 너머에 있는 지묘동과 봉무동, 대구공항 쪽 입석동, 방촌동 출신 초등학생들이 진학할 정도로 입소문이 퍼졌다.
최근 대구시교육청 학력 평가에서 전체 중학교의 30% 안에 들 정도로 학생들이 공부도 잘한다.
교직원 23명의 평균 나이가 38세로 젊은 데다 절반이 석사 학위를 가졌다. 전교생이 서로 이름을 알 정도로 학교 분위기도 가족적이다.
정규훈(61·문학박사) 교장은 “학교를 지켜 낸 자신감을 나누고 싶어 올해 처음 ‘팔공산 별과 음악의 축제’를 마련한 것”이라며 “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학교로 가꾸고 싶다”고 말했다.
2000년 가을부터 민족문학작가회 대구지회와 함께 교정에서 여는 ‘팔공산 가을백일장’은 매년 300여 명이 참가할 정도로 팔공산 자락의 대표적인 글쓰기 축제로 자리 잡았다.
8회째인 올해 백일장은 20일 열린다. 이 백일장을 처음 시작한 황선하(68) 전 공산중 교장은 “교정에 울리는 연주를 들으니 소년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라며 “학생들이 팔공산을 껴안을 정도의 큰 그릇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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