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물질 가솔린車 수준 밖에 안되는데…
내년부터 배출 허용기준(유로4)에 맞춰 생산된 경유차를 구입한 사람은 차 구입 후 3년까지는 환경개선부담금을 올해의 절반만 내면 된다.
하지만 경유차량 보유자들은 기준 강화로 경유차가 휘발유차보다 오염물질을 더 배출하지 않는데도 부담금을 내는 것은 부당하다며 줄어든 환경개선부담금 납부에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다.
○ 유럽기준 맞춘 차는 3년까지 50% 감면
환경부는 9일 ‘환경개선비용부담법’ 시행령의 일부 개정안을 마련해 10일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2006년 1월 도입된 배출허용기준인 ‘유로4’에 맞춰 생산된 경유차에 대한 환경개선부담금을 출고 이후 3년까지 50% 감면한다는 것이 개정안의 핵심 내용. ▶그래픽 참조
지난해 경유차 보유자들이 낸 환경개선부담금은 약 4500억 원이었다.
유로4 기준은 유럽연합(EU)이 디젤차량에 대해 정한 기준. 이 기준은 경유차가 주행거리 1km에 미세먼지 25mg, 질소산화물 0.25g 이상을 배출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시판 중인 유로4 디젤차들의 경우 미세먼지와 입자상 물질 배출량이 0%에 가까워 같은 모델의 가솔린차량과 차이가 거의 없다.
또 대부분의 경유차는 유로4 기준을 충족할 뿐 아니라 매연저감장치(DPF) 등 각종 추가 부품이 장착돼 있다. 이 때문에 광화학스모그의 주범인 미연소탄화수소와 온실가스의 주요 물질인 이산화탄소는 오히려 가솔린보다 적고 질소산화물 수치만 약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경유차는 연료소비효율이 높아 휘발유차보다 적은 연료로 먼 거리를 갈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친환경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심수(기계공학과) 고려대 교수는 “유로4 엔진에다 DPF를 붙인 디젤승용차는 가솔린차보다 더 많은 환경오염물질을 배출한다고 볼 수 없다”며 “이들 차량에 환경개선부담금을 물리는 문제를 신중하게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유로4 차량은 여전히 오염물질을 배출하기 때문에 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면서 “유로4보다 훨씬 엄격한 ‘저공해자동차 인증’을 받은 차량에 대해서는 5년간 부담금을 면제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 “여전히 오염물질 배출…저공해 인증 車는 5년 면제”
경유차는 오염물질을 줄여 주는 각종 부품 때문에 동급의 휘발유차보다 200만∼300만 원 비싸다. 경유차 보유자는 차를 사는 단계부터 ‘환경비용’을 지불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환경개선부담금 납부 거부 움직임도 일부에서 나타나고 있다. 2006년형 렉스턴2를 갖고 있는 엄모(42·서울 강서구 방화동) 씨는 “이미 더 많은 차 값을 지불했는데 환경개선부담금까지 내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부담금이 감면돼도 납부를 거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환경개선부담금이 처음 도입된 1993년 96.7%였던 연간 부담금 징수율은 지난해 80.4%로 떨어졌다. 이월된 미납금까지 따지면 누적 징수율은 45%.
이 때문에 “환경부가 징수율을 높이기 위해 부담금을 깎아 주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해가스를 많이 내뿜는 노후 경유차량 소유자들은 오히려 환경개선부담금을 면제받고 있어 형평성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환경부는 수도권에 등록된 보증기간이 지난 경유차량에 대해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부착하거나 액화석유가스(LPG) 엔진으로 개조하면 대당 100만∼800만 원에 이르는 개조 비용을 국고로 지원하고 3년간 환경개선부담금도 면제해 준다. 환경부는 올해에도 예산 4452억 원을 들여 15만 대를 개조해 줄 계획이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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