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0회를 맞은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는 세계 최고의 권위와 최대 규모의 영화 마켓을 자랑한다. 자타가 공인하는 ‘최정상’인 칸 영화제가 이제 겨우 열두 살에 불과한 부산영화제에도 부러운 점이 있을까. 7일 파라다이스호텔에서 만난 티에리 프레모(사진)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세 가지를 훔치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첫 번째로 꼽은 것은 ‘열린 축제’의 역동적인 분위기. 프레모 위원장은 “칸 영화제는 ID카드를 받을 수 있는 영화배우, 제작자, 비즈니스맨 등 프로페셔널한 사람들을 위한 축제인 반면 부산영화제는 일반 영화 팬들에게 문을 크게 열어 놓은 축제라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좁은 공간에서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칸 영화제와 달리 젊은 사람들의 에너지와 역동성을 느낄 수 있는 부산의 분위기를 훔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두 번째로 “선구자적인 실험이 가득한 젊은 영화제”라는 점을 꼽았다. 올해 부산을 찾은 폴커 슐뢴도르프 감독은 “칸 영화제나 베를린 영화제는 이미 너무 비대해져 공룡처럼 돼 버렸다”고 말하며 부산영화제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프레모 위원장은 “칸 영화제도 태만하지 않고 항상 긴장해야 한다”며 “부산영화제도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에스프리(정신)를 잃지 않아야 더 높은 단계로 발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프랑스에서는 10월이 시즌 시작인 데, 부산영화제에 참석한다는 것은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고 관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5년 전부터 한국영화의 비중이 엄청나게 커짐에 따라 새로운 한국영화의 흐름을 탐색하는 것도 무척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부산영화제를 방문했을 때 올해 칸 영화제에서 전도연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겨 준 작품 ‘밀양’의 촬영 현장을 찾아 미리 작품을 엿보기도 했다. “나중에 프랑스에서 완성된 ‘밀양’을 보고 참 좋았고, 그래서 공식 초청했다”며 “전도연의 다양한 연기에는 지난 10년간 한국의 모든 여배우 모습이 나타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가 부산영화제에서 가장 훔치고 싶은 것은? “회를 먹는 레스토랑(횟집).” 프레모 위원장이 한국을 찾은 것은 올해로 다섯 번째. 그는 “큰 현대식 건물 사이에 있는 조그만 횟집에서 영화인과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부산의 분위기가 정말 즐겁다”며 “부산의 횟집 하나를 칸으로 가져가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부산=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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