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무능하거나 근무 태도가 나쁘다고 판정한 시 공무원 24명을 퇴출시켰다.
서울시는 4월 퇴출 대상으로 선정한 공무원 102명을 ‘현장시정추진단’에 배치해 교육한 결과 24명을 퇴출하고 20명을 재교육하기로 결정했다고 9일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공직사회는 ‘복지부동’의 대명사가 됐고 민간 부문에 뒤처지고 있다”면서 “서울시는 앞으로 매년 초 정기인사 때마다 현장시정추진단을 새로 구성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공무원 퇴출을 매년 정례화하겠다는 뜻이다.
능력 부족, 근무 태만 등의 이유로 공무원 수십 명이 한꺼번에 공직에서 물러나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따라 공무원 사회에서는 상당한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 퇴출 대상의 43% 공직에서 배제
현장시정추진단에 선정된 102명은 4월부터 6개월 동안 각종 교육과 야외 업무, 봉사활동 등을 거쳐 개별 심사를 받았다.
이 중 24명은 퇴출됐고 재교육 17명, 휴직 3명 등 총 44명(43.1%)이 직무에서 배제됐다.
퇴출이 결정된 24명 중 10명은 현장시정추진단에 포함된 직후 스스로 퇴직했다.
교육기간 중 결근을 하는 등 근무 태도가 나빴던 3명은 해임됐으며 직무능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정된 4명은 직위 해제됐다. 퇴출자 중 나머지 7명은 올해 정년퇴직 예정자다.
서울시 관계자는 “재교육 대상자들은 공직에 적합하지 않지만 마지막 기회를 한 번 더 갖도록 배려했다”고 설명했다. 특별한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퇴출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퇴출 대상에 포함됐던 5급 이상 고위 공직자 9명 중 5명은 현업에 복귀한다. 하지만 나머지 4명 중 3명(5급)은 퇴직, 1명(4급)은 재교육으로 결정이 났다.
한편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 50대 기능직 공무원 한 명은 한글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직위 해제됐다.
○ 공무원 사회 ‘서울시발(發) 퇴출 충격’ 확산
서울시의 6급 공무원 이모 씨는 이날 발표 직후 “공무원도 언제든지 잘릴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큰 충격”이라며 “당장 내년 초 퇴출 대상자 선정이 걱정”이라며 얼굴을 굳혔다.
현장시정추진단에 포함됐다가 복귀하는 직원들도 ‘퇴출 대상자’라는 꼬리표가 붙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서울시가 현장시정추진단원들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현업에 복귀할 예정인 직원 중 60%가 “동료들의 선입견이 부담스럽다”고 응답했다.
서울시의 결정은 다른 지방자치단체나 정부 기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공무원 퇴출제도를 도입했거나 도입을 앞둔 곳은 대전 울산 경남 제주 등 13개 지자체와 행정자치부 특허청 등 15개 기관이다.
이 중 대전 서구 등 3곳은 퇴출제도 도입을 유보했다. 행정자치부는 6월부터 3개월간 서울시와 비슷한 프로그램을 운영했으나 1명을 면직하는 데 그쳤다.
종로구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서울시의 이번 결정으로 제도를 도입하는 것처럼 ‘생색’만 냈던 기관들은 여론의 눈총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용두사미” 비판과 부작용 우려 교차
당초 서울시 고위 당국자는 올해 초 “3% 정도는 퇴출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울시 안에서 각 부서장이 방출하려는 인력이 300명 남짓이었고 이는 서울시 본부 공무원(약 1만 명)의 3%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종 퇴출 대상 후보는 102명으로 결정됐고 실제 퇴출로 이어진 인원은 24명에 그쳤다. 정년퇴직 예정자인 7명을 빼면 실제 퇴출자는 전체 인원의 0.17% 수준인 셈이다.
반면 공무원 사회의 동요 등을 우려하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외국어대 황성돈(행정학) 교수는 “공무원이 고용 상황에 불안감을 느끼면서 시장 등 정치인의 노선에 지나치게 신경 쓰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제도 보완을 주문했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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