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씨 수사중에도 계속 ‘말 맞추기’

  • 입력 2007년 10월 1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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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양균-신정아씨 나란히 구속 수감

타인명의 전화로 최근까지 수차례 통화사실 확인

李대법원장 “수사 방해 말아야” 발언도 영향 준듯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과 신정아 씨가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11일 동시에 구속됨으로써 검찰이 ‘권력형 치정 비리’로 규정한 이번 사건 수사는 한 고비를 넘겼다. 검찰은 보강수사를 통해 두 사람이 최근까지 대포폰을 통해 입 맞추기를 시도했다는 증거 등을 확보해 영장 발부를 이끌어냈다.

▽검찰 수사 도중에도 비밀 통화=검찰은 그동안 변 전 실장은 2004년부터 최근까지 신 씨의 부탁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주는 ‘해결사’ 역할을 해 온 증거들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검찰은 ‘단순 학위위조 사건’을 고위 공직자 변 전 실장이 ‘23세 연하의 연인’을 위해 국가예산과 기업체, 대학 등으로부터 경제적인 혜택을 누리는 사건으로 바꿨으며, 결국 변 전 실장 등은 뇌물수수와 제3자 뇌물수수,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구속 수감됐다.

일례로 기획예산처 장관 시절인 2005년 동국대에 신 씨를 교수로 임용해 줄 것을 부탁하면서 변 전 실장은 예산 지원 등 각종 대가를 약속했다. 실제로 동국대는 신 씨의 교수 임용 이후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수도권 대학 특성화 사업’ 등으로 2005년 36억여 원, 2006년 100억여 원, 2007년 61억여 원을 지원받았다.

변 전 실장과 신 씨는 1년 전에 개설한 타인 명의의 이른바 ‘대포폰’을 이용해 최근까지 여러 차례 전화통화를 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신 씨는 미국으로 도피하기 전은 물론 심지어 검찰이 이번 사건 수사에 착수한 이후에도 통화를 계속 해 왔으며, 지난달 초에야 휴대전화가 해지됐다는 것

변 전 실장과 신 씨가 휴대전화 번호에 대해 함구해 검찰은 최근에야 그 대포폰의 통화기록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변 전 실장과 신 씨가 구속 직전에도 제3자 명의 전화로 통화를 한 것으로 보고, 그 통화기록을 추적하고 있다.

이처럼 수사팀을 곤혹스럽게 했던 변 전 실장과 신 씨가 구속 수감돼 검찰로서는 앞으로 이들의 혐의를 입증해 내는 게 훨씬 수월하게 됐다. 당장 검찰은 12일부터 성곡미술관에 거액의 후원금을 낸 시중은행 관계자를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법원 판단 왜 달라졌나?=법원은 변 전 실장과 신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증거인멸과 도주우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변 전 실장과 신 씨가 입을 맞춰 왔다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법원은 또 “특별교부금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등 사안이 중대하다”고 말했다. 변 전 실장이 가짜 학위 의혹 제기를 무마하기 위해 동국대 이사장인 영배 스님이 세운 울산 울주군의 흥덕사에 10억 원의 특별교부금을 편법 지원하는 등 국가 예산을 전용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법원의 판단이 달라진 배경엔 최근 “검찰의 수사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이용훈 대법원장의 발언이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가 많다.

이 대법원장은 1일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이 수사를 잘 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 “ 검찰의 부정부패 수사를 법원이 방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후 서울서부지검과 서울북부지검에서는 동일 사건에 대해 3번째 청구하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등 일선 검찰청에서 청구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비율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법조계 인사는 “지난해 대법원장의 영장실질심사 강화 발언 이후 구속영장 기각률이 높아지더니 최근 다시 기각률이 낮아지는 것을 보면 법원 조직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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