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교수님. 저는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 교수님의 온라인 강의를 다 듣고 그것을 바탕으로 꾸준히 혼자서 논술 공부를 했습니다. 여름 방학 때는 학교에서 하는 논술 수업도 들었고요. 그래도 아직 부족한 것 같아서 요즘엔 제가 희망하는 대학의 논술 기출문제를 혼자서 풀어 보고, 국어 선생님에게 첨삭지도를 받는 식으로 공부해 볼까 생각 중입니다. 친구들 말로는 학원에 ‘논술 파이널 강의’라는 게 있다고 하지만, 그렇게 단기간에 하는 것은 효과가 없을 것 같아서요. 제 결정이 옳을까요?(방은진·고3)
답변☞
방은진 학생은 현명한 결정을 한 것 같군요. 학생의 생각처럼 논술은 단기간에 대비하기 힘듭니다. 특히 통합 교과형 논술은 이해하고 평가하고 적용하는 사고 능력을 꼼꼼히 평가하기 때문에 문제나 지문을 찍는 방식으로는 절대 대응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파이널 강의식의 단기 대책으로 논술에서 성적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입니다. 이른바 ‘파이널 학습’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마지막 학습 과정은 단지 지금까지 공부한 것을 정리해서 실전에 적응하는 정도의 의미를 부여해야지, 이를 통해 큰 효과를 얻겠다고 과욕을 부려서는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다른 공부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논술에서는 단기간에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비법이 없습니다. 아무리 급해도 누구나 알고 있는 정상적인 훈련법을, 최대한 집중해서 밀도 있게 해 나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시간이 부족하다고 지름길이나 편법을 찾아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보면 오히려 시간만 낭비하게 됩니다. 정공법을 선택해서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할게요.
이런 맥락에서 보면 학생이 선택한 방법은 두 측면에서 좋은 방법인 것 같네요. 우선 기출문제를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입니다. 기출문제는 출제 교수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문제들이기 때문에 일반 참고서의 연습문제와는 출제 과정에서나 투여된 노력에서나 큰 차이가 납니다. 따라서 기출문제를 중심으로 접근하면 더 밀도 있는 준비가 가능합니다. 한 가지 덧붙일 말은 자기가 지원할 대학의 기출문제만 풀지 말고 최근 2, 3년 동안의 다른 대학 기출문제도 함께 풀어 보라는 것입니다. 논술 문제는 대학 수학능력을 평가하는 것인데, 대학마다 필요한 수학능력이 다를 리 없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다른 특징을 보일 수는 있지만, 기본적인 차원에서 유사하므로 다른 대학의 논술 문제도 좋은 연습문제라고 생각하고 풀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문제를 풀 때에는 출제된 모양 그대로 푸는 것도 좋지만 다른 방식도 가능합니다. 논술 문제는 크게 보면 △지문 내용이나 자료를 이해하는 문제 △이해한 내용을 평가하는 문제 △지문을 적용 활용하여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는 문제의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유형으로 분류하기 어려운 문제도 많습니다만, 기출문제 중에서 각 유형의 전형적인 형태를 띤 문제들을 뽑아서 유형별로 풀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지문을 요약하거나 지문 내용을 파악하는 문제들을 먼저 집중적으로 풀어 보고, 다음으로 지문의 내용을 비판적으로 평가해야 하는 문제들을 다 풀어 보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해결방안을 제시해야 하거나 지문을 활용해서 주어진 사례를 설명하게 하는 문제들을 풀어 보는 것이지요. 이렇게 유형별로 풀어 보면 △분석적 이해 △비판적 평가 △창의적 적용 능력을 단계별로 기르는 데 도움을 줍니다.
둘째, 답안을 쓴 다음에 국어 선생님에게 첨삭을 받겠다는 생각도 좋은 생각입니다. 논술에서는 믿을 만한 사람에게 직접 첨삭을 받으면서 궁금한 점을 그때그때 물어보는 것만큼 좋은 공부 방법이 없습니다. 국어 선생님에게 첨삭을 받은 다음, 내용과 관련해서는 사회나 도덕 선생님에게 평가를 부탁하면 더 좋을 것입니다. 자연계 학생이라면 과학이나 수학 선생님에게 먼저 부탁하고, 국어 선생님에게도 제대로 서술되었는지 점검받아야 하겠지요.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일단 첨삭을 받고 나면 이를 반영해서 같은 논제에 대해서 반드시 다시 한 번 써 봐야 한다는 점입니다. 첨삭 과정에서 지적된 약점은 채점자들이 감점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이런 감점 요인을 줄여 가기 위해서는 고쳐 써 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첨삭받을 때에는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은데 막상 고쳐 써 보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경우 다시 선생님에게 질문을 해야 하겠지요. 이렇게 고쳐 쓰는 과정을 거쳐야 첨삭 지도가 실제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을 귀찮게 하고 괴롭히는 학생이 논술을 잘한다는 소중한 비밀을 알려드립니다.
마지막 실전 학습을 할 때 주의할 점은 무엇일까요? 강조하고 싶은 것은 새로운 배경지식을 급하게 쌓으려 하지 말고 이미 아는 것을 잘 정리하라는 것입니다. 사실 논술을 위한 배경 지식은 교과 과정에서 배운 것으로도 충분합니다. 제대로 활용만 한다면 말이지요. 그런데 많은 학생들은 아는 것이 없다고 생각해서 참고자료나 강의를 들으며 새로운 지식을 쌓으려고 합니다. 시험을 앞두고 머릿속에 급하게 입력한 새로운 정보는 글의 내용에 제대로 반영되기 힘듭니다. 충분히 소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 익힌 내용을 섣불리 써먹으려고 하다가는 오히려 오류를 범하기도 합니다.
박정하 성균관대 학부대학 교수·의사소통교육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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