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노무현 정부 출범 후 생긴 각종 과거사 조사위원회 등의 동행명령장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비록 1심 법원의 결정이기는 하지만 과거 대법원도 같은 논지의 판례를 남긴 일이 있기 때문이다.
동행명령장 제도는 증인이나 참고인이 조사에 응하지 않을 때 지정한 장소로 동행할 것을 명령하는 권한이다.
▽위원회의 동행명령 행사=위원회 설치를 규정한 특별법에 동행명령 근거조항을 두고 있는 위원회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와 군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 등이다.
이들 위원회는 정당한 이유 없이 3회 이상 출석을 거부할 경우 위원장이 동행명령장을 발부하고, 명령을 어기면 최고 1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또 국가인권위원회는 동행명령장 제도는 없지만 출석요구를 3회 이상 거부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해 출석을 사실상 강제하는 비슷한 제도를 두고 있다.
군의문사위 법무팀 관계자는 “위원회가 수사기관이 아닌 조사기관이기 때문에 참고인 조사에 한계가 있어 입법과정에서 규정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사기관의 편의주의 탓”=위원회의 동행명령 행사는 헌법에 명문화된 사전영장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높다.
서울동부지법 박진환 판사는 “1995년 대법원에서 지방의회에 불출석한 증인에게 지방의회 의장이 동행명령장을 발부하도록 규정한 경북도 의회의 조례안에 대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며 “법원의 영장 없이 동행명령을 하는 것은 헌법정신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학계 또한 법원과 같은 판단이다.
서강대 법대 임지봉 교수는 “조사기관으로서는 사건 실체를 규명하는 데 증인들의 출석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겠지만 영장 없이 국가기관에서 동행명령을 행사하는 것은 권력 남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동행명령은 신체 자유에 제한이 가해지는 강제처분이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면 법관의 판단을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원회가 동행명령을 행사하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의 이헌 사무총장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을 입법하는 과정에서도 동행명령 규정이 문제로 지적됐다”면서 “위헌 소지에도 불구하고 행정기관에서 동행명령장 제도를 두는 것은 조사의 편의 때문이다”라고 꼬집었다.
▽계속돼 온 동행명령 논란=위원회의 동행명령이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2년 의문사위가 1980년대 초 강제징집 대학생들에게 프락치 활동을 강요한 ‘녹화사업’을 조사하면서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에게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하지만 두 전 대통령 측은 “법원의 사전영장이 아니고서는 인신을 구속할 수 없다는 헌법을 위반한 조치”라며 출석을 거부했고 의문사위는 이들에게 과태료를 부과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