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홀 뚜껑… 가드레일… “뜯어가면 돈”… 고철 도둑 극성

  • 입력 2007년 10월 20일 03시 00분


‘내 집 앞 맨홀 뚜껑, 어디로 갔을까?’

멀쩡하던 집 앞 맨홀 뚜껑과 도로 가드레일 등이 뜯겨 사라지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최근 한 달간 경찰에 적발된 각종 고철 및 비철 절도 사건은 140여 건.

경찰 관계자는 “도로 가드레일, 소방호스, 다리 난간 등 돈 되는 고철은 뭐든지 뜯어 가는 고철털이가 활개를 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건설 붐이 일고 있는 중국에서 고철값이 치솟으면서 사라진 고철이 대부분 중국으로 반출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돈 되니까” 장물 취급=12일 인천 남동구에서는 아파트 소화전에 설치된 관창을 900개나 뜯어 낸 20대 신모 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신 씨는 훔친 관창을 개당 2000원을 받고 고물상 11곳에 넘겼다.

경찰은 “고물상이 고철을 취급할 때는 수집 경로를 확인해야 하는데 그런 절차 없이 장물도 취급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반 고물상이 처벌을 무릅쓰고 장물을 사들이는 이유는 ‘돈이 되기 때문’이다.

대전의 한 고물상 업주는 “고철은 kg당 마진이 300원 정도 되는데 1t 트럭으로 10번만 거래해도 몇백만 원이 남는다”며 “대전지역에서만 수집상이 최근 2, 3년 사이 10곳 이상 늘어났다”고 전했다.

▽인천항 통해 중국으로=장물의 유통 경로는 간단하다. 한 제강업체 사장은 “주물작업을 안 거치고 한곳에 모은 뒤 압축해서 컨테이너에 넣어 중국으로 보내면 끝”이라고 말했다.

고물상에 모인 장물은 1t에서 많게는 5t 트럭 분량으로 납품상에 넘겨진다.

한국철스크랩공업협회 관계자는 “납품상에서 고철을 한곳에 모아 규격에 맞게 절단하고 압축한 뒤 철강·제강업체에 납품한다”며 “납품상에서는 취급하는 양이 워낙 많아 일반 고철과 장물을 구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전국의 납품상은 250곳 정도로 공장이 많은 경인지역에 60% 이상 집중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고철털이범들은 전국을 무대로 활동하지만 결국 장물은 모두 인천으로 몰린다”며 “인천항을 통해 중국으로 수출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담해지는 고철털이=이처럼 ‘간단하게’ 큰돈을 벌 수 있게 되자 고철털이 수법도 대담해지고 있다.

고속도로 공사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김모(41) 씨 등 4명은 최근 서해안고속도로를 돌며 개당 30만 원인 교각 난간 이음장치 600여 개를 떼어 고물상에 넘겼다.

또 전기회사에 근무했던 이모(35) 씨 등 5명은 전국을 돌며 전신주 전선을 2만 kg이나 절단해 팔았다. 시가로 8억5000만 원어치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