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

  • 입력 2007년 10월 23일 03시 03분


한국전력공사가 자회사에 하청을 주면서 사업비를 과다 계상하는 방식으로 수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특히 한전이 조성한 비자금 일부가 정치권의 유력 인사에게 흘러갔다는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문제의 사업을 담당한 한전 고위 관계자는 “6월 중순경 국가정보원 직원이 찾아와 사업 발주와 관련해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조사를 했다”고 밝혔다.

한전의 또 다른 고위 관계자도 “(하청을 준 사업이) 중복되는 부분이 있어 국가청렴위원회와 국정원의 조사를 받았다고 들었다”며 “(조사) 결과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22일 “지난달 말 청렴위로부터 한전의 사업비 비리에 대해 수사 요청을 받아 현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수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한전 측은 지난해 ‘노무, 총무, 경영 분야 전사적자원관리(ERP) 구축’ 사업을 벌이며 자회사와 하청 기업을 통해 최고 6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전은 지난해 4월 ‘노무, 총무, 경영 분야 ERP 구축’ 사업 계약을 자회사인 한전KDN과 8억 원에 체결했다.

한전KDN은 이 사업을 6억 원에 중소 ERP업체인 T사에 재하청을 줬고 한전과 T사는 지난해 12월 사업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보자의 신고를 받고 8월부터 조사를 벌인 청렴위의 조사 결과 이 사업의 대부분은 이미 앞서 시행된 다른 사업들과 겹치는 것으로 실제 T사가 시행한 것은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청렴위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경찰은 한전이 ‘허위’ 하청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재하청 업체인 T사에 지급된 6억 원 대부분을 비자금으로 조성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전KDN 관계자는 “한전이 하청을 주면서 T사에 재하청을 줄 것을 요구해 우리는 인건비 2억 원을 제외하고 T사에 재하청을 줬다”며 “한전은 자회사에 하청을 주면서 특정 업체에 재하청을 줄 것을 관행처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전 문호 부사장은 “청렴위 조사 결과 하청 과정에서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을 뿐 다른 문제는 없었다”며 “특정 업체에 재하청을 주라고 요구한 적도 없으며 비자금이 조성됐다는 것도 터무니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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