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말 충북 음성군 무극초등학교에서 평교사로 퇴직한 이점우(62·여·사진) 씨.
36년간 교직에 몸담았던 이 씨는 퇴직 후 재충전의 의미로 8일 서울에서 한반도 최남단인 전남 해남 땅끝마을까지 국토 종단에 나섰다.
대학 교수인 남편(62)이 혼자 가는 게 위험하다고 말렸지만 이 씨는 달랑 지도 한 장을 들고 길을 떠났다.
서울 종로구 세종로를 출발한 이 씨는 열이틀만인 19일 오후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땅끝 전망대에 섰다.
서울에서 땅끝마을까지 거리는 약 460km. 이 씨는 하루에 많게는 45km를 걷는 강행군 끝에 젊은 사람도 쉽사리 도전하기 힘든 국토 종단을 무사히 마쳤다.
이 씨는 “때론 지치고 힘들어 포기하고 싶었지만 자신과의 싸움에서 질 수 없다는 생각으로 걷고 또 걸었다”며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대단하다’, ‘꼭 성공하라’며 격려해준 덕분에 땅끝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교사 시절 방학 때 세계 30여 개국을 배낭여행한 여행 마니아.
이 씨는 “세계 각국을 여행하면서도 정작 내가 사는 곳의 아름다움을 몰랐다”며 “석양 노을 아래 코스모스가 하늘거리는 길을 한발 한발 내딛으며 우리 땅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가슴으로 배웠다”고 말했다.
아동학에 관심이 많아 1998년 ‘쉽고 자연스러운 자녀교육 이야기’라는 책을 펴낸 이 씨는 2000년 석사학위에 이어 올해 2월 박사학위까지 받은 만학도다.
이 씨는 “국토 종단은 바삐 살아온 육십 인생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는 계기가 됐다”고 환하게 웃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