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기초→심층’ 빈틈없이 차근차근 “논술 걱정없어”

  • 입력 2007년 10월 29일 03시 01분


《27일 ‘제1회 학교 논술교육 우수사례 발표회’에서 나온 사례들은 △체계적이고 △단계적이며 △지도교사가 바뀌더라도 지속 가능한 ‘시스템 구축’에 초점을 두었다는 점이 공통적이었다. 이들 사례 속에는 교사는 물론 학생과 학부모에게도 중요한 실마리를 던져 주는 논술의 노하우가 있다. 다음은 이날 발표된 논술교육 우수사례 6개의 요약.》

■ 서울 창덕여자고등학교

치밀한 학생관리 시스템… 결석 예방

공립학교의 특성상 지도교사가 5년이 지나면 다른 학교로 전근하기 때문에 교사 구성에 변화가 생겨도 논술교육팀을 유지할 수 있는 안정적인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창덕여고는 외부강사를 채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지역 특성상 학생들의 사교육 의존도가 높은 까닭에, 외부강사를 채용하면 학교 논술교육에 대한 학부모와 학생의 신뢰가 더 떨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사교육이 가진 장점은 취한다. 바로 학원의 치밀한 학생관리 시스템이다. 방과 후 학교는 초기에는 출석률이 높다가 점차 낮아지는 것이 보통. 등록만 해 놓고 수업을 안 듣는 학생도 있다. 이런 폐해를 막기 위해, 학원에서 하듯 일정 횟수 이상 결석한 학생은 과감하게 탈락시키는 엄격한 원칙을 세웠다. 그 결과 방과 후 학교 논술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이 1년 만에 30명에서 200명으로 오히려 더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강의 평가제’와 ‘강사 성과급제’는 창덕여고 논술교육의 또 다른 강점이다. 논술 프로그램을 운영한 후 학생을 대상으로 프로그램과 강사에 대한 만족도 조사를 한다. 평가와 분석은 고스란히 차기 프로그램 운영에 반영된다. 지난 여름방학 논술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학생들의 88%가 ‘매우 좋다’ 또는 ‘대체로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라 10명의 논술지도 교사에게 별도 성과급을 준다. 학생의 만족도가 80% 이상인 논술지도 강사 중 1위는 50만 원, 2위는 30만 원, 기타는 10만 원씩을 지급한다. 교과수업 외 논술 수업 부담까지 떠안은 논술지도 교사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 주겠다는 취지에서다.

유재완 사회 교사

■ 부산 양운고등학교

이웃학교와 ‘강사인력 풀’ 협력수업

이웃 학교와 함께 논술교육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함으로써 학생 부족, 교사 부족의 양대 문제를 해결했다. 지난해 논술교육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하던 때만 해도 교사와 학생 모두 논술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다. 사전 설문 조사 결과 논술 연수 경험이 있는 교사는 1명, 논술 지도경험이 있는 교사는 2명뿐이었다. 논술 공부를 해 본 학생은 전체의 13.8%에 불과했다.

대안으로 나온 것이 인근 2개 학교와의 협력수업이었다. 학교마다 논술지도 교사가 부족한 상황에서 학교끼리 연합하면 강사 인력풀을 만들 수 있으리라는 판단에서였다. 이 때 유의할 점은 △학교 간 지리적 위치가 가깝고 △학생들의 교육수준과 환경이 비슷해야 한다는 것. 양운고와 인접한 두 학교는 모두 양운고과 같은 남녀공학이었고, 학생들도 대부분 같은 지역에 있는 6개 중학교 출신이어서 서로 아는 사이가 많았다.

양운고는 강사가 세 학교를 이동하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강사 이동형’ 수업 대신, 학생들이 강사가 소속된 학교로 찾아가 수업을 듣는 ‘학생 이동형’ 수업을 택했다. 학교 간 거리도 가까워 학생들이 이동하기에 큰 불편이 없다는 점도 감안됐다.

논술수업은 매주 토요일 방과 후 시간에 진행했다. 세 학교 교사들은 학사 일정을 고려해 공동으로 수업 일정을 짜고, 강의주제를 결정하고, 학기별로 한 권씩 교재를 발간했다. ‘강사협의회’를 만들어 교사 간 의견 교환이 잘 이뤄지도록 했다.

세 학교 교사들은 지난해 공동 운영한 논술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각 학교의 상황에 맞는 논술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양운고는 올해 같은 지역 내 다른 고교들에 논술지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독자적인 논술교육 프로그램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강병수 지리 교사

■ 광주 광덕고등학교

개인차 감안 ‘무학년 통합 프로그램’

논술 실력은 학생에 따라 개인차가 크다. 광덕고는 수준 차를 고려해 ‘무학년 단계별 통합논술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학년 구분 없이 수업을 듣되, 단계를 마치면 테스트를 거쳐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1단계 ‘테마별 수업’(3개월)은 동아일보 ‘이지논술’ 등 일간지의 논술 관련 섹션을 읽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 뒤 인문·사회, 과학, 수학 교사로부터 논술 주제에 대한 설명을 듣고 토론을 하고 글쓰기를 한다. 논술 주제별로 배경지식을 쌓고 통합논술의 문제유형에 익숙해지기 위한 과정이다.

2단계 ‘유형별 수업’(4개월)부터는 테스트 결과에 따라 기본반과 심화반으로 나눈다. △언어·수리 혼합형 △언어·과학 혼합형 △언어·수리·과학 혼합형으로 나눠 통합교과형 논술에 맞는 주제를 골라 조별 토론을 한다. 이후 학생이 쓴 글을 교사가 평가하는 것으로 끝난다. 이 과정은 교사 2명 이상이 함께 수업을 준비하는 협동학습 형태라는 점이 특징.

3단계 ‘수준별 첨삭지도 수업’(3개월)은 테스트 결과에 따라 학생마다 자신의 취약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강좌를 선택해 듣는 선택식 수업이다. 논제에서 어긋난 답안을 자주 쓰는 학생은 ‘논제파악 반’, 수리·과학적 문제 풀이가 안 되는 학생은 ‘문제풀이 반’, 글의 구성 및 표현력이 부족한 학생은 ‘글쓰기 반’에 들어간다.

또 교사들을 언어논술팀, 수리논술팀, 과학논술팀으로 묶어 통합논술연구회를 만들었다. 통합논술연구회는 매주 1회 정기모임을 갖고 브레인스토밍 형식으로 교과통합의 연결고리를 찾는다. 주로 하는 일은 △단계별 논술강의 △교재 개발 △프로그램 개발 △교사 연수 △온·오프라인 논술상담이다.

이렇게 개발한 논술 프로그램 및 자료는 학교 논술 홈페이지인 ‘싱싱논술(www.thinknonsul.com)’에 저장해 꾸준히 데이터베이스화한다. 학생들을 위한 자료뿐 아니라 교사용 자료도 단원별로 만들어져 있어 필요한 논술수업 지도안을 손쉽게 공유할 수 있다.

김형진 국어 교사

■ 대구교육청 논술지원단

46개교 논술동아리간 네트워크 구축

대구시교육청은 지난해 10월 현직 교사들로 구성된 ‘대구통합교과논술지원단(논술지원단)’을 만들었다. 논술지원단은 대구 시내 46개 논술교육 동아리를 관리하며, 동아리 간 네트워크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수도권이 아니어서 교육정보가 늦게 전달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인터넷에 ‘중심 카페’(cafe.naver.com/tgnonsul)를 만들어 동아리끼리 신속하게 논술교육 정보를 교환토록 했다.

46개 논술교육 동아리도 모두 자체 홈페이지를 만들어서 운영한다. 홈페이지는 모두 중심 카페에 링크된다. 논술교육 동아리는 신선한 수업 지도안이나 공개수업 일정 등을 중심 카페에 반드시 올리도록 되어 있어 학교 간 활발한 정보 교류의 통로가 된다.

논술지원단은 논술교육 동아리의 홈페이지를 점검하면서 정기적으로 동아리들의 교육활동을 평가하고 중간 평가 점수에 반영한다. 중간 평가는 논술 교육 동아리의 △논술수업 지도안 제출 개수 △홈페이지 활용 및 관리 △활동의 성실성 △내용의 충실성 △동아리 회원 간의 역할 분담 및 체계성을 기준으로 상중하 3등급으로 구분하는 방식이다.

교육청은 중간 평가 점수에 따라 추가 지원금을 지급해 학교 간 경쟁을 유도한다. 활동이 부진한 동아리는 추가 지원금을 감액하거나 지원을 아예 중단하기 때문에, 논술교육을 지속하려면 동아리들은 꾸준한 연구 성과를 내야 한다.

한준희 대구 경명여고 국어 교사

■ 경기 수원 수성고등학교

맞춤형 교재-5단계 토론수업… 완벽 준비

재학생의 학력을 높이려면 통합논술교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위기의식에서 출발했다.

수성고는 ‘5단계 토론논술 수업’이 특징이다. 5단계 토론논술이란 토론을 통해 논술을 익히도록 하는 독자적인 수업방법.

△주제와 관련된 영화나 신문기사 자료 등을 통해 학생들의 자발적 관심을 이끌어 내는 ‘생각열기’ △조를 나눠 제시문과 논제를 두고 토론하는 ‘토론학습’ △조별로 토론한 결과를 요약해 발표하고 공개 토론하는 ‘발표학습’ △학생이 논술문을 제출하면 교사가 논제를 해설하고 예시답안과 함께 보충자료를 나눠 주는 ‘강의수업’ △교사가 우수 논술문 1편의 첨삭 내용을 공개 설명한 뒤 학생들이 서로의 글을 상호 첨삭하는 ‘첨삭수업’의 5단계로 시행된다. 하나의 논술 주제에 대해 단계별로 1시간씩 진행한다.

토론논술 수업을 위해 자체 제작한 교재 3권(기본편, 인문편, 자연편)에는 교사와 학생이 수업 전, 수업 중, 수업 후에 해야 할 활동이 상세하게 나와 있다. 이에 따라 새로 부임한 교사도 어려움 없이 가르칠 수 있고, 학생들도 논술을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 방과 후 학교 논술수업은 토론논술반 외에도 논술기본반, 독서토론반, 논술인증제반 등으로 나뉘어 있어 학생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송수현 교감

■ 제주도교육청

교육청이 직접 논술교육 기획-진행

제주도교육청은 논술교육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관심을 높이는 것을 우선 과제로 삼고 교육청이 직접 논술교육 프로그램을 기획 진행했다.

지난해 매주 토요일 총 20회에 걸쳐 실시한 ‘토요논술 콘테스트’는 논술경시대회 형식. 매회 50명가량의 고등학생이 참가했다. 학생들이 쓴 글은 교사가 모두 첨삭지도를 해 주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이 중 4회는 논술 전문가들이 진행을 맡아 △논제 분석 △자료 해석 및 제시문 독해 △논술 답안을 쓰는 법 등을 강의했다. 교육청은 올해부터 이 프로그램을 더 확대해서 초중고교별 ‘톡톡 튀는 논술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톡톡 튀는 논술학교’는 초등학생의 경우 선착순으로 신청한 6학년 40명을 대상으로 매주 토요일 실시된다. 수업은 ‘나의 꿈’ 혹은 ‘우리의 나눔’이란 주제와 관련된 책, 신문기사, 영화를 찾아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 뒤 자신의 꿈을 이루거나 ‘나눔’을 실천한 이들을 직접 만나 보는 현장학습을 한다. 토론, 글쓰기, 교사의 첨삭지도로 끝을 맺는다.

김종식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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