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논술에 대한 오해와 편견④

  • 입력 2007년 10월 29일 03시 01분


제시문의 견해에 대한 ‘내 생각’ 밝히는게 논증

배경지식만 나열 곤란

저번 시간에 제시문의 중요성에 대해 얘기했는데요, 오늘 이야기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겁니다. 바로 배경지식에 대한 겁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배경지식보다 열 배 더 중요한 것이 제시문에 대한 독해력입니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이렇게 말했지요. “논술은 제시문을 쓴 필자와의 토론이다.” 논술에 대한 가장 정확한 정의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와 토론을 하려면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야겠지요. 안 그러면 토론이 제대로 될 리가 없으니까요. 상대방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는 것이 바로 제시문을 정확하게 독해하는 겁니다.

배경지식은 필요합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도 있으니까요. 문제는 배경지식 위주의 답안을 쓰는 데 있습니다. 즉, 논증을 하는 과정에서 제시문에 나타난 필자의 견해를 놓고 그에 대한 나의 생각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전에 알고 있는 얘기, 그래서 제시문과 동떨어진 얘기를 하는 겁니다. 그런 식으로 글을 쓴다면 대학은 ‘사전에 암기한 지식’에 바탕을 둔 논술이라며 나쁜 점수를 주게 됩니다. 대학 측의 발표를 몇 개만 살펴볼까요.

“수험생들은 익숙한 주제라 할지라도 암기된 내용으로 답안을 작성할 수 없으며….”(고려대 2007학년도 모의논술 해설 중)

“주어진 제시문의 내용을 논거로 하여 간단, 명료하게 답변할 것 … (제시문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자신의 상식을 중언부언하지 말 것.”(이화여대 2008학년도 논술고사 안내 자료집 중)

“수험생은 자신의 주장이나 평가는 반드시 제시문에 담긴 근거에 바탕해서 합리적으로 전개하여야 한다. 하지만 상당수의 수험생은 자신이 평소 알고 있는 지식이나 가치관을 이용하여 결론을 이끌어내는 우를 범하고 있다.”(경희대 2008학년도 모의논술고사 결과 분석 중)

표현은 조금씩 다르지만 말하는 내용은 하나입니다. 배경지식을 갖고 글을 쓰지 말라는 겁니다. 물론 글을 쓰는 과정에서 배경지식을 활용할 수는 있습니다. 전혀 필요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다만, 다음의 두 가지는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제시문을 읽은 후, 그와 관련된 어떤 배경지식이 떠올랐을 때, 그것이 제시문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를 따져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자라면 글을 쓰는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지만, 후자라면 과감하게 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제시문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자신이 평소 알고 있는 상식이나 지식으로, 다시 말해 배경지식으로 글을 쓴다면 대학에서는 이를 ‘사전에 암기한 내용을 바탕으로 쓴 글’로 평가합니다.

윤형민 스카이에듀 논술원 부소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