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생명의 역사는 곧 멸종의 역사이다. 지구 역사를 보면 오르도비스기, 데본기, 페름기, 트라이아스기, 백악기 순으로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다. 3억6500만 년 전 고생대 데본기 후반기 멸종으로 삼엽충을 비롯한 생물종의 80∼85%가 사라졌다. 가장 큰 멸종은 2억5000만 년 전 페름기 대멸종이었다. 대다수 해양생물을 포함한 96%의 생물종이 이때 사라졌다.
▷지구 냉각, 해저에서 방출된 메탄가스, 바다 속 산소 고갈, 전염병, 지진, 화산 폭발로 인한 바닷물 상승 등이 멸종의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엔 태양의 백반이나 흑점에 강한 자외선, 우주선(宇宙線), X선을 동반한 섬광이 나타나는 태양 플레어가 원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원인이 비교적 소상히 밝혀진 시기는 공룡을 전멸시킨 6500만 년 전 백악기 대멸종이다. 이 시기 지층에서 희귀 원소인 이리듐이 300∼500배 높게 검출됐기 때문이다. 운석이나 혜성과의 충돌이 있었음을 짐작하게 하는 발견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그제 “지구의 6번째 멸종이 진행 중”이라는 환경보고서를 발표했다. 무분별한 개발에 따른 서식지 파괴로 양서류의 30% 이상, 포유류의 23% 이상, 조류의 12% 이상이 멸종위기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지금까지의 멸종은 자연재해에 의한 것이었지만 6번째 멸종은 인간의 책임이라고 못 박았다. 생물 종은 서로서로 그물망(網)처럼 얽혀 있다. 한 종이 사라지면 다른 종이 바로 위험에 처한다. 멸종위기를 방관하다가는 인간이 멸종의 마지막 당사자가 되지 않겠는가.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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