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화려한 휴가’ 빛바랜 세트장

  • 입력 2007년 10월 29일 05시 28분


전국적으로 700만 명 이상의 관객이 몰린 5·18민주화운동 영화 ‘화려한 휴가’ 촬영 세트장이 최근 문을 닫았다.

이 영화 제작사 ‘기획시대’에 따르면 광주 북구 오룡동에 자리한 5만6000m² 규모의 이 세트장은 최근 관리비와 전기료 등의 부담을 해결하지 못해 19일 일반 관람객의 출입 통제에 나섰다.

제작사 측은 그동안 경비원 2명을 고용하고 매달 60만 원의 전기료 등을 부담해 왔으나 재정난으로 더는 관리가 어려워 폐쇄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지 소유자인 한국토지공사 측과 당초 내년 3월까지 임차하기로 했으나 서둘러 문을 닫은 것.

1980년 당시 전남도청과 상무관 분수대 전일빌딩 등을 실물 80%로 축소해 꾸민 이 세트장은 영화 개봉 전인 1월부터 소문이 나면서 그동안 줄잡아 20만 명이 방문했으며 요즘도 폐쇄 사실을 모르고 찾아왔다가 발길을 돌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최근 아이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주부 김모(36·광주 남구 봉선동) 씨는 “영화의 감동을 되살리고 아이들과 사진도 찍기 위해 찾았는데 헛걸음을 하게 됐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이 세트장에서 후속 작품을 찍으려던 제작사들도 비상이 걸렸다.

또 다른 5·18영화 ‘26년’을 기획 중이던 한 제작사는 세트장 폐쇄 소식을 전해 듣고 당분간 보존 해줄 것을 요청하고 나섰으나 전망은 불투명한 상황.

기획시대 측은 최근 광주시에 이 세트장을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시는 “한시 임대된 용지에 세워진 임시 가건물에 대해 원형 보존을 전제로 한 지원은 불가능하다”며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시대 유인택 대표는 최근 “어려운 회사 사정으로 폐쇄가 불가피했다”며 “국내 유일의 대도심 세트장인 이곳이 광주의 훌륭한 문화관광자산으로 보존 및 활용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권 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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