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경찰은 P사 소속 연예기획사 단장인 탤런트 유모(45) 씨와 P사 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탤런트 길모(52) 씨를 주가 조작을 방조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사채업자 조모(44) 씨 등 50여 명은 상법상 주금가장납입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회사 대표 길 씨는 지난해 8월부터 올 6월까지 33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면서 조 씨 등 명동 일대 사채업자들과 짜고 주식대금을 위장 납입한 뒤 P사 소속 연예인 37명이 이 회사 주식을 청약한 것처럼 허위 공시해 주가를 띄우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길 씨가 소속 연예인들에게 계약금 대신 회사 주식을 줬다고 주장했지만 해당 연예인들은 주식을 받은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며 “길 씨가 허위로 연예인을 동원해 주가를 조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연예인들을 동원한 길 씨의 주가 조작은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명 연예인들이 투자했다는 소식에 개미 투자자들이 몰렸지만 동시에 가장 납입했던 사채업자들이 돈을 회수하기 위해 한꺼번에 빠지는 바람에 주가 반등에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또 길 씨는 지난해 10월 사업 확대 명목으로 4억 원 규모의 김치제조업체를 인수하면서 88억여 원에 인수한 것처럼 꾸며 84억 원 가량의 차익을 챙기는 등 회사 돈 256억 원을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탤런트 유 씨는 길 씨가 설립한 연예기획사를 운영하면서 한 번에 2000만∼3000만 원씩 수십 차례에 걸쳐 빼돌린 운영수익금 7억여 원을 길 씨에게 상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탤런트 길 씨는 대표 길 씨의 주가 조작 사실 등을 알 수 있는 지위에 있으면서도 이를 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탤런트 길 씨는 경찰 조사에서 “회사에 이름만 걸어 뒀을 뿐 드라마 촬영 현장을 다니느라 실제로는 회사 일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한편 경찰은 이번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KBS 소속 유명 연출가 김모(49) 씨가 길 씨 등에게서 소속 연예인들을 드라마에 출연시켜 주는 대가로 1억 원 이상의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김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는 길 씨에게 1억 원을 빌려 줬다 몇 달 뒤 1억5000만 원을 되돌려 받는 방식으로 1억 원 이상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김 씨는 유 씨에게서 법인 카드를 받아 321만 원을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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