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한 신씨 보석 23점중 11점 변씨 상품권으로 결제

  • 입력 2007년 10월 31일 03시 00분


지난달 20일부터 병원에 입원 중이던 신정아 씨가 구급차를 타고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울 서부지검에 도착해 부축을 받으며 건물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오랜 수사 끝에 검찰은 30일 신 씨를 제3자 뇌물수수와 횡령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 연합뉴스 자료 사진
지난달 20일부터 병원에 입원 중이던 신정아 씨가 구급차를 타고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울 서부지검에 도착해 부축을 받으며 건물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오랜 수사 끝에 검찰은 30일 신 씨를 제3자 뇌물수수와 횡령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 연합뉴스 자료 사진
검찰은 9월 4일 신정아 씨의 서울 종로구 내수동 오피스텔을 압수 수색해 모두 23점의 보석을 확보했다.

이 보석들은 시가로 총 4712만 원에 이르렀다. 이 보석 가운데 무려 11점이 상품권(4048만 원)으로 결제됐다. 나머지는 신 씨의 신용카드(654만 원)나 현금(10만 원)으로 결제된 사실이 파악됐다.

고가의 보석을 구입할 때 수표나 신용카드가 아닌 상품권 수십 수백 장을 한꺼번에 사용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검찰이 신 씨가 이 상품권을 누구에게서 받았는지 조사한 결과 상품권 소유자는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으로 확인됐다.

변 전 실장은 검찰에서 “지인들에게서 조금씩 받아 모아 둔 상품권”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상품권의 일련번호가 연속되어 있어서 검찰은 변 전 실장이 누군가에게서 한 묶음의 상품권을 제공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렇게 되면 상품권이 현금 대신 받은 ‘뇌물’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검찰은 이 상품권의 최초 구매자를 추적했다.

그러나 상품권 매매 자료의 보존 기간이 통상 6개월밖에 안 돼 누가 상품권을 구입했는지 검찰은 최종적으로 확인하지 못했다.

또 신 씨가 가급적 신용카드 결제를 기피하고 현금만 들고 다니면서 돈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성곡미술관에서 횡령한 수억 원의 공금 덕분인 것으로 밝혀졌다.

신 씨의 증권계좌에 예치된 5억 원의 종자돈도 부친에게서 받은 게 아니라 성곡미술관에 쏟아진 대기업의 후원금을 횡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특히 신 씨가 2005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성곡미술관 학예실장으로 근무하면서 인쇄 용역과 작품설치비용을 맡은 업체에서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받는 수법으로 후원금 2억1600만 원을 빼돌려 증권 투자에 썼다고 전했다.

한편 변 전 실장은 2003년 초 성곡미술관의 전시회에서 신 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조사됐다. 변 전 실장이 누군가에게서 신 씨를 소개받은 것이 아니라 우연히 만났다고 한다. 같은 해 10월부터 최근까지 변 전 실장은 신 씨와 깊은 관계를 유지했다. ‘연인’ 관계가 된 계기에 대해 검찰은 “대답하기 부적절한 질문”이라고만 답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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