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보석들은 시가로 총 4712만 원에 이르렀다. 이 보석 가운데 무려 11점이 상품권(4048만 원)으로 결제됐다. 나머지는 신 씨의 신용카드(654만 원)나 현금(10만 원)으로 결제된 사실이 파악됐다.
고가의 보석을 구입할 때 수표나 신용카드가 아닌 상품권 수십 수백 장을 한꺼번에 사용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검찰이 신 씨가 이 상품권을 누구에게서 받았는지 조사한 결과 상품권 소유자는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으로 확인됐다.
변 전 실장은 검찰에서 “지인들에게서 조금씩 받아 모아 둔 상품권”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상품권의 일련번호가 연속되어 있어서 검찰은 변 전 실장이 누군가에게서 한 묶음의 상품권을 제공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렇게 되면 상품권이 현금 대신 받은 ‘뇌물’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검찰은 이 상품권의 최초 구매자를 추적했다.
그러나 상품권 매매 자료의 보존 기간이 통상 6개월밖에 안 돼 누가 상품권을 구입했는지 검찰은 최종적으로 확인하지 못했다.
또 신 씨가 가급적 신용카드 결제를 기피하고 현금만 들고 다니면서 돈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성곡미술관에서 횡령한 수억 원의 공금 덕분인 것으로 밝혀졌다.
신 씨의 증권계좌에 예치된 5억 원의 종자돈도 부친에게서 받은 게 아니라 성곡미술관에 쏟아진 대기업의 후원금을 횡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특히 신 씨가 2005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성곡미술관 학예실장으로 근무하면서 인쇄 용역과 작품설치비용을 맡은 업체에서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받는 수법으로 후원금 2억1600만 원을 빼돌려 증권 투자에 썼다고 전했다.
한편 변 전 실장은 2003년 초 성곡미술관의 전시회에서 신 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조사됐다. 변 전 실장이 누군가에게서 신 씨를 소개받은 것이 아니라 우연히 만났다고 한다. 같은 해 10월부터 최근까지 변 전 실장은 신 씨와 깊은 관계를 유지했다. ‘연인’ 관계가 된 계기에 대해 검찰은 “대답하기 부적절한 질문”이라고만 답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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