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 범어4동 주일 골 자락에 있는 정화중 1학년 학생들은 최근 특이한 책읽기를 했다. 26일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밤샘 책읽기’를 한 것. 학교 측은 30명 정도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도서관 열람실에 준비를 했으나 90명이 나섰다. 학생들은 교사 4명과 함께 책을 읽으며 소감문을 쓰고, 토론도 하면서 가을밤을 보냈다.
새벽에는 영화를 한 편 본 뒤 소감문을 써보기도 했다. 전귀영(14) 양은 “밤이 깊어지자 도서관 창문 틈으로 귀뚜라미 소리가 들려왔다”며 “친구들과 함께 밤새워 책을 읽은 추억을 오래 오래 간직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화중이 이 같은 방식을 도입한 것은 평소 ‘아침 10분 독서’로 습관이 된 책읽기를 통해 마음껏 책과 씨름해 보자는 의견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철호(61) 교장은 30일 “평소 아침독서라는 ‘기초체력’을 몇 년 동안 쌓았으므로 책읽기 좋은 계절에 ‘마라톤 풀코스’를 한번 뛰어본 것”이라며 “매년 밤새워 책읽기 행사를 마련해 학생들이 평생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는 자극이 되도록 하고 싶다”고 밝혔다.
대구시교육청이 2005년부터 지역의 초중고교에 도입한 ‘아침독서 10분운동’은 이처럼 일선 학교의 책읽기 풍토를 바꾸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또 대구시교육청은 이 독서운동을 학교와 학생을 넘어 학부모와 시민 곁으로 다가가는 운동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 첫 시도로 29일 달서구 용산동 대구학생문화센터에서 ‘북 모닝! 대구’ 축제가 열렸다.
‘북 모닝! 대구, 당신의 미래입니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축제에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 2000여 명이 참여했다.
프로그램도 눈길을 끌었다. 딱딱한 책읽기에서 벗어나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시 낭송, 도서 바자, 좋은 책 전시, 학교도서관 사진전, 전통책 및 책서표 만들기 체험, 전자책 체험 등이 선보여 호응을 얻었다.
경북대 문헌정보학과 학생 11명은 자원봉사자로 나서 어린이들이 책을 고르는 것을 도와주기도 했다.
행사에 참여한 대구사서교사모임 박소현(경운초등학교 사서교사) 회장은 “책읽기가 시민운동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먼저 책을 친근하게 느끼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필요하다”며 “책을 주제로 한 축제가 시민들의 관심을 모으도록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시교육청 교육정책과 백승채 사서는 “학생처럼 시민들도 아침에 10분 독서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내년부터 출판사 및 서점과 공동으로 책 축제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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