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대학에서는 이중전공이 이미 보편화돼 있다. 학제 간 융합이 좀 더 자유롭기도 하고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하는 데 필요하다는 인식을 반영한 결과다. 대부분의 학생이 취업을 목적으로 경영학을 이중으로 전공하는 국내 대학의 현실과는 성격이 다르다.
작년 영국에서 어학연수를 할 때 보니까 대부분의 학생이 이중전공제도를 활발히 활용했다. 우리처럼 상경계열을 이중전공으로 하는 학생은 그리 많지 않았다. 건축미술과 종교심리를 함께 고르는 등 색다르고 엉뚱해 보일 수 있는 조합으로 이중전공을 하는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단지 하고 싶어서, 원해서 공부하는 모습이 부러웠다.
영국에서 돌아온 지난 학기부터 나는 비교문학과 관련된 수업을 듣는다. 1주일에 책 1권을 읽고 이른바 ‘쪽글’을 제출하며 태어나서 처음 만나는 ‘철학자’ 교수님의 강의를 듣는다. 매주 읽어야 하는 이론서는 한글로 쓰여 있다. 내 인문학적 지식이 빈곤해서 버겁게 느껴질 때가 많다. 하지만 생전 눈길조차 주지 않던 문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전혀 다른 각도에서 사물을 바라보는 방법을 배우는 일 역시 새롭고 신기한 경험이다.
어떤 친구들은 오로지 취업만을 위해 원하지 않는 상경대 수업을 듣느라 고생한다. 이중전공 학점을 채우느라 졸업 시기를 미루는 친구도 많다. 그들을 볼 때면 마음 한구석이 갑갑하다. 장기화된 청년실업 문제가 이제는 학생의 전공 선택의 자유까지 침해하는 셈이다.
왜 우리는 진정으로 원하는 공부를 마음대로 할 수 없을까? 취업을 위한 도구로서의 이중전공이 아니라 학제 간 융합이라는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으면 좋겠다.
한유리 연세대 경영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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