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80억 원의 수임료를 챙긴 뒤 거액의 세금을 탈루한 사실이 적발된 변호사가 추가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게 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전성수)는 소득을 축소 신고했다고 45억여 원을 과세한 것은 부당하다며 정모(54) 변호사가 서울 서초세무서를 상대로 낸 종합소득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정 변호사는 1993년 한 종중(宗中)이 토지개발공사에 수용당한 땅을 되찾아 달라고 의뢰한 소송을 맡으면서 승소할 경우 승소액의 40%를 받기로 했다.
이 종중이 1995년 재판상 화해를 통해 198억여 원을 받자 정 변호사는 그중 79억3000만 원을 받은 뒤 1억 원만 소득신고를 했다.
세무서 측은 10년 뒤인 2005년 이 사실을 적발하고 정 변호사가 ‘성공보수를 1억 원만 받는다’는 허위 약정서를 작성하는 등 ‘적극적인 부정행위’로 78억여 원을 누락했다며 정 변호사에게 45억7000만 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국세기본법은 국세 부과의 제척기간(除斥期間·법률상으로 정해진 존속기간)은 5년이나 납세자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탈세할 때는 10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허위 약정서는 소득신고 뒤 2년이 지나 작성됐으므로 (소득신고 당시에는) 적극적인 부정행위를 했다는 증거가 없다”면서 제척기간 5년을 적용해 정 씨의 손을 들어 줬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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