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3시간… 백두산 직항로 내년 5월 열린다

북한에서 본 천지와 이명수 폭포
내년 5월부터 남북 직항로를 이용한 백두산 관광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백두산은 중국 쪽에서 보면 산세가 웅장하고, 북한 쪽에서 보면 아기자기하다는 평이 많다. 왼쪽 사진은 병사봉 쪽에서 바라본 눈 덮인 천지의 모습이고, 오른쪽 사진은 백두산 자락인 삼지연에 있는 이명수 폭포. 사진작가 이정수 씨가 2005년 12월 초 백두산 시범관광 사전 점검차 통일부와 한국관광공사 등이 합동 조사를 갔을 때 동행해서 찍은 것이다. 사진 제공 사진작가 이정수 씨

■ 현대, 北과 50년 독점 사업권 합의

2박 3일 관광상품 요금 80만원선 전망

개성은 내달부터… 금강산 비로봉도 개방

내년 5월부터 서울과 백두산 간 직항로를 이용한 백두산 관광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음 달부터 개성 관광길이 열리며, 금강산에서 가장 높은 비로봉도 조만간 남측 관광객에게 개방된다.

지난달 30일부터 4박 5일 일정으로 북한을 방문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3일 귀국 직후 서울 종로구 적선동 현대상선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승철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 부위원장과 3일 평양 백화원 초대소에서 이런 내용의 합의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 백두산 2박 3일 기준 80만 원 선

합의서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백두산과 개성지구에 대한 배타적인 사업권을 50년 동안 갖고 북측과 실무적인 접촉을 계속하게 된다.

현대아산은 개성의 경우 답사 및 시범 관광이, 백두산은 답사가 이미 이뤄진 상황이어서 본 관광이 실시되는 데는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직항로를 이용한 백두산 관광이 실시되면 그동안 중국을 거쳐 간 백두산 관광객의 상당 부분을 흡수할 것으로 기대된다.

남한의 인천공항 또는 김포공항에서 직항로를 이용해 북한의 삼지연공항까지 간 뒤 차편으로 백두산 천지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총 2시간 30분(동해 항로 이용 시)∼3시간(서해 항로 이용 시)으로 추정돼, 중국을 경유한 코스(약 7시간 30분)보다 최대 5시간 줄어들 것으로 여행업계는 보고 있다.

백두산 직항 관광 요금은 현대아산이 북측에 지불하는 대가 등을 감안할 때 2박 3일 기준으로 중국 경유 상품과 비슷한 80만 원 선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아산은 장기적으로 묘향산과 평양을 관광 지역으로 묶고, 백두산에 스키장을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개성 관광은 만월대와 선죽교, 고려왕릉, 박연폭포 등 유적지를 하루 코스로 둘러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요소로 꼽힌다. 비용은 15만 원(당일 기준) 선으로, 서울에서 개성까지는 차편으로 약 1시간∼1시간 30분 걸릴 것으로 보인다.

○ 북한 합의사항 이행 여부는 지켜봐야

직항로를 이용한 백두산 관광은 노무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사항으로, 현 회장이 이번 방북으로 필요 절차를 마무리했다는 의미가 있다.

특히 김 위원장에게서 2000년 북측이 보장한 7대 경협 분야 독점권에 대한 현대 측의 권리를 재확인했다는 점도 가시적인 성과로 주목된다.

또 이번 합의서대로 금강산-개성-백두산 관광이 가능해지면 현 회장은 시아버지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와 남편인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꿈을 이루게 된다.

현대그룹은 1998년 금강산 관광을 시작으로 대북 사업의 첫걸음을 뗐지만, 현대아산은 이후 5년 동안 북측에 9억4200만 달러의 관광대가를 지불하면서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2003년 9월 금강산 육로 관광, 올해 6월 내금강 관광에 이어 10월 금강산에 골프장이 들어서면서 금강산 관광은 연간 30만 명이 찾을 정도로 활성화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북한의 행태로 미뤄 볼 때 합의가 이뤄졌다고 해도 실제 이행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2005년 7월 현대그룹이 북측과 백두산 시범 관광을 합의하고도 진척시키지 못한 것처럼 남북 관계의 특성상 상황에 따라서는 사업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