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종신]경주 첨단 방폐장, 문화古都와 조화 이룰 것

  • 입력 2007년 11월 7일 03시 10분


세계 원자력산업계는 ‘원자력 르네상스’에 대한 기대로 한껏 부풀어 있다. 사상 최고치로 유가가 치솟고 기후변화협약으로 원전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지구촌 곳곳에서 원자력 발전소 건설이 러시를 이룬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국민이 아직도 원자력발전을 핵폭탄쯤으로 착각하는 현실은 안타까운 일이다. 핵폭탄은 가공할 위력으로 폭발하도록 만들어진 것이고 원전은 전기 생산을 위해 최고의 안전기준을 적용해 건설한 평화적 시설이다. 원자폭탄과는 거리가 멀다.

한국은 원전 도입 30여년 만에 발전량이 세계 6위이자 가장 모범적인 원자력발전국가로 성장했다. 그러나 19년 동안 방사성폐기물처분장(원자력환경관리센터) 용지를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어 왔다. 1986년 이래 9차례나 용지 선정을 시도했지만 충남 안면도와 전북 부안에서 심각한 사회적 분열 현상을 일으키며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다가 2005년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주민투표 방식을 도입하면서 마침내 값진 성과를 도출했다.

이제 긴 갈등과 혼돈의 터널을 벗어나 9일 경북 경주시 양북면에서 월성 원자력환경관리센터 착공식이 열린다. 환경관리센터의 성공적인 건설은 국내 원자력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필수불가결하다.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사업을 추진한 모범적인 사례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더욱 크다.

우리는 용지 유치 과정에서 보여 준 경주 시민과 국민의 뜨거운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한 시설로 건설할 것을 다짐한다.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고 문화유적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최첨단의 기술을 총동원해 최상의 시설을 건설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사회적 갈등과 대립을 통합으로 승화시킨 이번 경험은 향후 국책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데 크나큰 자신감을 심어 줄 것으로 확신한다.

천년의 고도(古都) 경주는 우리의 역사가 오롯이 담긴 문화유산의 집결지이다. 발길 닿는 곳마다 선조의 얼이 담긴 문화재가 가득하다. 환경관리센터의 성공적인 건설로 경주는 유서 깊은 문화유산과 최첨단 기술이 공존하는 ‘첨단 에너지 메카’로 거듭날 것이다. 월성 원자력환경관리센터가 ‘신뢰의 문’을 여는 이정표이자 후손에게 자랑스럽게 물려 줄 귀중한 유산(遺産)이 되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

김종신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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