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쪽 동시치료 받으면 한쪽은 건강보험 안돼

  • 입력 2007년 11월 8일 03시 02분


양-한방 협진병원 이상한 진료비 계산법

2년 전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은 황모(47·서울 은평구 불광동) 씨는 최근 수술 부위에 통증이 와서 양·한방 협진병원에 일주일 정도 입원했다. 퇴원하려고 병원 원무과에서 진료비 청구서를 받아본 황 씨는 깜짝 놀랐다.

보통 입원 환자의 진료비 본인부담액은 전체 진료비의 20%. 하지만 황 씨의 청구서에 찍힌 본인부담액은 어림잡아도 황 씨의 예상보다 20∼30% 많았다. 의아한 생각이 든 황 씨는 청구서를 들고 원무과에 문의했다.

병원 측은 “현재 양·한방 협진병원에 입원한 환자는 양·한방 진료 중 한쪽 진료비에 한해서만 20%의 본인부담률을 적용받고 다른 쪽 진료에는 이보다 높은 외래환자 본인부담률을 적용받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황 씨는 한방 진료비는 20%만 본인이 부담하면 됐지만 협진을 받은 양방 진료비는 외래환자의 본인부담률인 40%(종합전문병원급 50%, 병원급 40%, 의원급 30%)를 부담해야 했던 것이다. 양방 쪽으로 입원해 한방 협진을 받을 경우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퇴원 후에도 통원치료를 받을 예정인 황 씨의 고민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양·한방 협진병원 외래환자가 같은 날 같은 질병으로 양·한방 진료를 동시에 받으면 어느 한쪽은 아예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황 씨가 허리 통증을 줄이기 위해 한방에서 침을 맞고 양방에서 물리치료를 받으면 황 씨는 한쪽 진료에 대해서는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없다.

최근 양·한방 협진 병원이 급속도로 늘고 있지만 이 같은 불합리한 진료비 구조 때문에 결국 환자들이 치료비를 더 부담하고 있어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양·한방협진병원 원무과 관계자는 “이런 사실을 모르고 예상보다 치료비가 많이 나왔다고 항의하는 환자가 꽤 많다”고 말했다.

진료비가 이런 식으로 정산되는 것은 현행 의료법이 요양병원을 제외하고는 의사와 한의사가 하나의 의료기관을 동시에 개설할 수 없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한방 협진을 표방하는 병원들은 실제로는 같은 건물에서 협진을 하지만 의료법상 양방과 한방 2개의 의료기관으로 취급받기 때문에 환자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도 별개의 2개 병원을 이용할 때에 준해 이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양·한방 병원 진료비 체계의 문제점에 대한 환자들의 불만이 많아 올 5월 국무회의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에 의사와 한의사가 공동으로 진료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조항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료법 개정안의 다른 조항들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단체의 대립으로 의료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어려워지면서 양·한방 병원 진료비 문제도 해결의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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