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교과서로 논술 잡기]언어영역

  • 입력 2007년 11월 12일 03시 00분


주제: 혼자만 살지 말고 같이 살자

더불어 사는 착한 사마리아인, 현대사회엔 왜 드물까

▨ 생각 시작하기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어떤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다가 강도를 만나매 강도들이 그 옷을 벗기고 때려 거의 죽은 것을 버리고 갔더라. 마침 한 제사장이 그 길로 내려가다가 그를 보고 피하여 지나가고, 또 이와 같이 한 레위인도 그곳에 이르러 그를 보고 피하여 지나가되, 어떤 사마리아 사람은 여행하는 중 거기 이르러 그를 보고 불쌍히 여겨 가까이 가서 기름과 포도주를 그 상처에 붓고 싸매고 자기 짐승에 태워 주막으로 데리고 가서 돌보아 주니라. 그 이튿날 그가 주막 주인에게 데나리온 둘을 내어 주며 이르되 이 사람을 돌보아 주라 비용이 더 들면 내가 돌아올 때에 갚으리라 하였으니 네 생각에는 이 세 사람 중에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겠느냐. 이르되 자비를 베푼 자니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라 하시니라.

[성서, ‘누가복음’ 10장]

‘착한 사마리아인 이야기’는 “네 이웃이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다. 이웃에게 자비를 베풀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이웃이라는 것이다. 현대사회가 날로 각박해지면서, 착한 사마리아인 일화를 이미 법으로 만든 나라도 있으며, 한국도 ‘선의의 응급처치 면책’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바 있다. 도덕을 법으로 강제해야 하는 현대 사회의 문제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이며 어떻게 극복될 수 있을까? 우리가 회복하거나 만들어가야 할 소중한 가치가 무엇일지 생각해 보자.

글 싣는 순서(언어)
1언어와 매체 특성
2민족의 운명과 개인의 삶
3세계화와 우리
4부조리한 현실과 대응
5물질적 조건과 삶
6삶은 허무한가?
7사랑과 삶
8빠름과 느림
9가족을 말한다
10과거와 현재, 그리고 우리의 미래
11인간이 풀어야 할 과제, 환경
12희생, 사랑, 순종은여성의 미덕인가?
13욕망은 더러운 것인가?
14대학과 학문
15지식인의 사명과 역할
16노동은 천한 것인가?
17애국주의의 명암
18가난, 숙명? 자업자득?
19화해와 평화, 그리고 통일
20희미한 옛사랑의 노래, 민주주의
21혼자만 살지 말고 같이 살자
22자연 친화, 도피? 은인자중?삶의 본연의 모습?
23영원한 소외 지대, 농촌
24예술은 면죄부일 수 있는가?

▨ 제시문 및 논제

(가)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 주겠다.

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 때

단 한번도 평등하게 웃어 주질 않은

가마니에 덮인 동사자가 다시 얼어 죽을 때

가마니 한 장조차 덮어 주지 않은

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

흘릴 줄 모르는 너의 눈물을 위해

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

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

보리밭에 내리던 봄눈들을 데리고

추위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

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

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길 하며

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가야겠다.

[정호승, ‘슬픔이 기쁨에게’]

(나) <전략 줄거리> 구한말 화적들에게 아버지가 죽은 쓰라린 기억을 갖고 있는, 인정 없고 구두쇠인 윤직원 영감은 일본인들이 들어와 자신의 재산을 지켜 주는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 그래서 경찰서 무도장을 짓는 데 아낌없이 기부를 하고, 재산을 지키기 위해 양반을 사고, 족보에 도금을 한 것으로도 모자라 손자 종수와 종학을 군수와 경찰서장을 시키려고 한다. 그러나 아들 창식은 노름으로 밤을 새우며 가산을 탕진하고, 군수를 시키려던 손주 종수 또한 방탕한 생활을 하고, 딸마저 소박맞아 와서 함께 살고 있다. 그러던 중, 자신이 가장 기대하던 둘째 손자 종학이 사상 관계로 일본 경시청에 피검되었다는 전보를 받고 격심한 충격을 받는다.

“… 그런 쳐죽일 놈이, 깍어 죽여두 아깝잖을 놈이! 그놈이 경찰서장 하라닝개루, 생판 사회주의 허다가 뎁다 경찰서에 잽혀? 으응? …육시를 헐 놈이, 그놈이 그게 어디 당헌 것이라구 지가 사회주의 히여? 부자놈의 자식이 무엇이 대껴서 부랑당패에 들어 …?”

아무도 숨을 크게 쉬지 못하고, 고개를 떨어뜨리고 섰기 아니면 앉았을 뿐, 윤직원 영감이 잠깐 말을 그치자 방안은 물을 친 듯이 조용합니다.

“…오죽이나 좋은 세상이여? 오죽이나 …”

윤직원 영감은 팔을 부르걷은 주먹으로 방바닥을 땅-치면서 성난 황소가 영각을 하듯 고함을 지릅니다.

“화 적패가 있너냐아? 부랑당 같은 수령(守令)들이 있너냐? … 재산이 있대야 도적놈의 것이요, 목숨은 파리 목숨 같던 말세(末世)넌 다 -지내가고오 … 자-아라, 거리거리 순사요, 골골마다 공명헌 정사(政事), 오죽이나 좋은 세상이여 … 남은 수십만 명 동병(動兵)을 히여서, 우리 조선놈 보호히여 주니, 오죽이나 고마운 세상이여? … 으응? … 제 것 지니고 앉어서 편안허게 살 세상, 이걸 태평천하라고 허는 것이여, 태평천하! …. 그런디 이런 태평 천하에 태어난 부잣집놈의 자식이 더군다나 왜 지가 땅땅 거리구 편안허게 살 것이지, 어찌서 지가 세상 망쳐놀 부랑당패에 참석을 헌담말이여, 으응?”[채만식, ‘태평천하’(고등학교 문학 교과서-디딤돌)]

(다) 선생께서 말씀하셨다. 선행을 좋아하고 부도덕을 미워할 수 있는 인간은 극히 드물다. 선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것만으로도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부도덕을 미워하는 것은 그것만으로 일종의 선행이라 할 수 있다. 적어도 부도덕한 인간으로부터 영향을 받을 일은 없기 때문이다. 하루라도 좋으니 결심하고 선행에 힘써 보기 바란다. 해 보았지만 자신의 힘이 부족했다고는 말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나는 이제껏 한 사람도 본 적이 없다.

[논어, 이인(里仁) 편]

[논제 1] 제시문 (가)와 (나)에서 나타난 삶의 태도를 두 가지로 유형화하여 비교하시오.

[논제 2] 제시문 (다)의 견해에 바탕하여 제시문 (가)의 ‘너’와 제시문 (나)의 ‘윤직원 영감’에 대해 논거를 들어 비판하시오.

▨ 논제 생각해보기

[논제 1] 제시문 (가)와 (나)에는 각각 이기적(개인주의적) 삶과 이타적(배려하는) 삶을 대변하는 전형적 인물이 등장한다.

[논제 2] 제시문 (다)에 나타난 이상적인 인간의 모습은 ‘선행을 좋아하고 부도덕을 미워할 수 있는 인간’이다. 선행, 즉 이타적인 행위의 대척점에 부도덕을 상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제시문 (가)의 ‘너’와 제시문 (나)의 ‘윤직원 영감’은 선행을 좋아하는 이도, 그 전단계인 부도덕을 미워하는 이도 아니라는 점에서 비판받을 수 있다.

조혜윰 청솔 아우름 통합논술 강사

☞ 자세한 해설 및 읽기자료는 이지논술 홈페이지(easynonsul.com)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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