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유공자’ 보훈처 차장 사퇴

  • 입력 2007년 11월 12일 03시 00분


지병 디스크를 ‘公傷’으로 꾸며… 자녀 학자금-취업 혜택

정일권(56·사진) 국가보훈처 차장이 “사무실에서 일을 하다 허리를 다쳤다”며 가짜 서류를 꾸며 국가유공자 자격을 얻은 뒤 이를 이용해 아들과 딸을 공기업과 보증보험회사에 무시험 특별전형으로 취업시킨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청와대는 정 차장이 9일 사의를 표명해 사표를 수리했다고 11일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허리 디스크를 앓던 정 차장은 2004년 6월 보훈처에 “1999년 6월 보훈처 서울남부보훈지청장으로 일할 때 사무실 책상을 옮기다 허리를 다쳤다”며 공상(公傷) 공무원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해 같은 해 8월 국가유공자가 됐다.

정 차장은 1999년에도 공무원 연금관리공단에 공무 중 상해라며 요양 신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 차장은 국가유공자가 된 뒤 국가유공자 예우 지원 법률에 따라 대학에 다니던 아들과 딸의 학자금을 전액 지원받았다. 자녀들이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의무적으로 일정 비율의 국가유공자 자녀를 채용하도록 한 보훈처의 ‘국가유공자 자녀 고용명령’을 이용해 면접이나 시험 없이 공기업과 보증보험회사에 자녀들을 취직시켰다.

공무 도중 죽거나 다친 군인, 경찰, 공무원이나 6·25전쟁 참전자 가운데 보훈처의 심사를 거쳐 국가유공자로 지정된 사람의 자녀에게는 중고교 및 대학교 학자금 전액 지원과 취업 혜택이 주어진다.

정 차장은 자신이 국가유공자로 지정되기 직전인 2004년 4월까지 이 업무를 담당하는 보훈처 보훈관리국장으로 일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정 차장이 사무실 책상을 직접 들었다는 주장은 입증할 근거가 없다”며 “감사위원회를 거쳐 정 차장의 국가유공자 등록 및 자녀들의 입사를 취소할 것을 보훈처에 통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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