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김포외국어고 입시문제가 학원에 유출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경기지역 9개 외고의 일반전형 재시험이 검토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또 사교육을 막는다며 올해 처음 9개 외고가 일반전형 학업적성검사 문제를 공동 출제했으나 시험 관리를 학교에만 맡겨 두는 등 외고에 쏠린 관심에 비해 관리는 허술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재시험 봐도, 안 봐도 혼란=경기도교육청은 11일 황인철 부교육감 주재로 대책회의를 열고 문제가 유출된 김포외고에 대한 재시험과 함께 다른 외고도 재시험을 볼 것인지 등을 고문변호사의 조언을 받아 가며 논의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유출 규모가 생각보다 크고 시험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는 수험생과 학부모의 반발이 심해 김포외고는 재시험이 불가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머지 8개 외고에 대한 재시험은 여러 문제점이 있어 대책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고문변호사들은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경우 법적 타당성을 갖기 어렵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김포외고는 재시험 실시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아래 기존 합격생들의 처리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인 상태다. 입시 결과를 모두 취소하고 전면 재시험을 치르는 방안과 서울 양천구 목동 J학원 출신 합격자 47명만큼을 추가 선발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올해 더 뽑고 내년에 그만큼 모집정원을 줄여 혼란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문제는 재시험을 실시하든 실지하지 않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김포외고의 경우에도 기존 합격자가 재시험 금지 가처분신청을 내거나 도교육청의 관리 감독 과실, J학원이나 김포외고의 부정행위를 근거로 손해배상 청구 등 집단 소송도 제기할 수 있다.
반대로 재시험을 실시하지 않아도 학원의 부정행위로 탈락했다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일반계 고교 원서접수가 12∼20일 실시되기 때문에 외고 입시 지연이 일반고 전형에도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특목고 합격자는 일반고에 지원할 수 없는 만큼 재시험을 볼 경우 일단 이미 특목고에 지원했던 학생도 일반고 원서를 낼 수 있게 조치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재시험을 보더라도 새로 지원자를 받지 않고 기존의 외고별 일반전형 응시자를 대상으로 치를 것으로 보인다. 일반고 입시전형일(12월 11일) 이전에 외고 합격자를 발표해야 재시험 불합격자는 일반고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그러나 재시험을 위한 공동 출제도 시간이 걸리는 만큼 기존의 공동 출제 문제 중 9개 외고에서 모두 출제되지 않은 문제를 선별하거나 도교육청이 일괄적으로 문제를 출제할 가능성도 있다.
▽공동 출제, 관리는 허술=경기 외고 일반전형의 경우 학교별로 교사 4명씩 36명에다 중학교 교사 검토위원 등 57명이 출제에 참가했으며 이들은 시험 당일까지 출제본부에 격리돼 있었다.
그러나 도교육청이 시험 하루 전날 각 외고에 학교별 문제를 넘겨준 뒤부터는 아무런 감독 기능이 없었다. 학교별로 문제를 이송하고, 출력 및 인쇄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일부 교사들이 휴대전화나 인터넷을 썼던 것으로 파악됐다.
▽진학 실적에 목매는 학원들=특목고 학원들은 합격자를 많이 배출해야 다음 해 학원생 모집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잘 가르치는 것 못지않게 출제 정보 수집에 열성이다.
학원가에선 “○○학원을 3개월만 다니면 어느 외고 출제 경향을 알 수 있다” “△△학원이 어느 외고와 친해 합격생을 싹쓸이했다”는 등의 소문이 떠돌고 있다.
반대로 외고 처지에선 학원들이 지원자를 많이 보내 줘야 학교의 경쟁률과 인지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입시설명회 등을 통해 출제 경향을 귀띔해 주며 ‘상부상조’하기도 한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학원 관계자는 “외고 입시의 창의력 사고력 문제는 학원이 예상 문제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며 “외고 교사들에게 문제당 5만∼10만 원을 주고 출제를 부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불안한 수험생=재시험이 불가피해진 김포외고뿐 아니라 다른 외고에 합격한 학생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전남에서 응시한 자녀를 둔 학부모는 “딸이 학원 한 번 안 다니고 밤늦게까지 공부해 김포외고에 합격했다”며 “재시험 때문에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지역의 다른 외고에 합격한 아들을 둔 서모(43) 씨는 “일부 학교와 학원의 잘못 때문에 전체 외고가 재시험을 치렀다가 떨어질까 불안하다”며 “교육 당국이 시험 관리를 이 정도밖에 못하느냐”고 반문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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