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김경준 서류 진위 확인부터”

  • 입력 2007년 11월 12일 03시 00분


김씨, 美 도피 후 BBK등 관련 자료 확보해와

위조가능성 대비 국과수등에 감정 의뢰키로

철통 보안 위해 검사 LA파견 방안 등 검토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 연루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BBK 주가 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41) 씨 송환이 다가오면서 검찰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최단 시간에 누구라도 수긍할 만한 객관적 수사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 검찰의 숙제다.

▽시간·여론과의 싸움=검찰은 수사 도중에 충분한 검증이 되지 않은 사실이 유출돼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 대선 일에 임박해 수사 결과를 발표하게 되면 어느 쪽에서든 ‘정치 검찰’이라는 비난을 사게 될 것이라는 점도 외면할 수 없다는 것.

이 때문에 검찰은 입증 가능한 사실은 조속히 규명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벌여 온 계좌추적 결과를 토대로 김 씨가 송환 뒤 내놓을 자료와 진술을 통해 돈 흐름의 인과관계 등을 밝혀 나갈 것으로 보인다.

김 씨가 제출한 서류들을 제출하면 검찰은 먼저 대검찰청이나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에 보내 진위부터 확인할 방침이다. 그동안 여권을 7차례, 미국의 법인 설립허가서 등 공문서를 19차례 위조한 김 씨의 ‘전력’ 때문이다.

문서 감정에 걸리는 시간은 통상 1주일 정도. 서류가 진짜라고 판정되면 검찰이 이 후보 측 관련자들을 소환 조사할 수 있어 대선 정국에 태풍이 몰아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가짜 서류라고 결론나면 김 씨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되고 사건의 파장도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 있다.

또 김 씨의 국내 송환 과정에서 언론 접촉을 막으며 보안을 유지하는 것도 검찰의 큰 과제다. 2002년 대선 때 병풍(兵風)을 일으킨 김대업 씨의 발언이 여과 없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검찰이 곤욕을 치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김경준 씨의 육성이 녹음돼 반복적으로 언론에 보도된다면 검찰의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법무부와 검찰은 6, 7명의 수사관 외에 검사를 1명 로스앤젤레스에 파견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로스앤젤레스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국적기 여러 편을 예약하거나 제3국을 통해 우회하는 ‘토끼 굴 전략’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의 ‘카드’는?=2001년 12월 위조 여권을 이용해 미국으로 도피한 김 씨는 이후 미국에 머물면서 BBK 및 옵셔널벤처스의 경영, 주가 조작과 관련된 서류 뭉치를 국내에서 배달받아 분석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가 어떤 자료를 품고 입국할지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하지만 ‘주가 조작은 김 씨의 단독 범행’이라고 주장해 온 이 후보가 출마한 대통령 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김 씨가 전격 귀국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가 자신에게 유리하면서도 이 후보에게는 불리한 자료를 갖고 올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

검찰 안팎에서는 김 씨가 가지고 올 ‘카드’는 △이 후보가 BBK 지분을 갖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이면계약서 △이 후보의 처남 김재정 씨와 맏형 이상은 씨가 대주주인 다스가 BBK에 190억 원을 투자하는 과정을 담은 문건 △이 후보 측과의 대화를 담은 녹취록 등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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