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외고 입시 재시험 불가피

  • 입력 2007년 11월 12일 03시 00분


교사가 문제 절반 사전 유출… 학원장 등 영장

‘문제 공유’ 경기전역 외고 재시험 치를 수도

지난달 30일 치러진 경기 김포외국어고의 일반전형 입학시험 문제 절반 정도가 시험 전에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김포외고는 재시험 실시가 불가피해졌으며 경우에 따라 시험 문제를 일부 공유한 경기지역 다른 8개 외고의 재시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11일 김포외고 입시 문제를 이 학교 교사와 짜고 빼돌려 자신이 운영하는 학원 수강생에게 나눠준 혐의(업무방해)로 서울 양천구 목동 J학원 곽모(42) 원장과 엄모(43·여) 부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문제 유출 혐의를 받고 있는 이 학교 입학홍보부장 이모(51) 교사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다. 이 교사는 7일 이후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교사는 시험 하루 전인 지난달 29일 오후 9시 50분경 J학원 곽 원장에게서 “시험문제를 건네 달라”는 전화를 받고 이날 밤 12시 전체 시험문제 80문항 중 38문항을 e메일로 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교사는 이에 앞서 같은 날 오후 6시경 이 학교 교장이 ‘외국어고 일반전형 공동출제위원회’에서 봉인된 상태로 받아온 휴대용 저장장치의 문제를 출력하는 과정에서 노트북 PC에 문제를 저장했다가 유출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곽 원장은 이 교사에게서 시험문제를 넘겨받아 38문항 중 13문항을 A4용지에 인쇄해 시험 당일 고사장으로 가는 학원버스 안에서 학생들에게 배포했다.

경찰은 이 교사가 다른 학원에도 문제를 유출했는지, 유출 과정에서 금품 수수가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관련자들의 은행계좌와 e메일 목록을 수사하고 있다.

한편 경기도교육청은 시험문제 유출의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큰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김포외고의 입학시험 재실시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대책을 세우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전면적으로 재시험을 실시하는 방안, 김포외고에 불합격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J학원 출신 합격자(47명)만큼 추가로 재시험을 보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포외고 외의 경기지역 8개 외고도 같은 문제은행에서 시험문제를 선정해 출제했기 때문에 다른 외고로 재시험 파문이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함께 12일 시작되는 경기지역 일반계 고교 원서접수에서도 혼선이 우려되고 있다.

외고 합격생들은 일반계 고교 입시에 원서를 넣을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김포외고에 합격했던 학생이 재시험을 치러 불합격할 경우 올해 고교 진학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재시험을 거부하는 합격생과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과 추후 법적 대응이 예상된다.

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