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경북으로 단풍놀이를 다녀온 경남 마산의 자영업자 김모(47) 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는 “과거에는 경찰이 보이거나 요금소를 통과할 무렵 버스 운전사가 경보 스위치를 누르면 일제히 승객들이 자리에 앉았다”며 “그러나 이번에는 요금소를 지날 때도 노래와 춤을 멈추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전 불감증이 심각한 반면 단속은 느슨하다는 것. 김 씨는 “노래와 춤이 어찌나 요란한지 버스가 울렁거렸다”고 설명했다.
행락철을 맞아 경찰이 사고 예방 대책을 추진 중이지만 고질적 문제인 관광버스 내 노래와 춤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관광버스 운전사와 관광객의 낮은 안전 의식과 경찰의 느슨한 단속이 원인이다.
술과 노래, 춤이 곁들여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우리의 놀이문화도 한몫한다.
매월 한 차례 산행을 하는 경남 김해 A산악회 관계자는 “비교적 나이가 많은 남녀 회원들이 노래와 춤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려 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관광버스 운전사 B 씨도 “안전과 단속에 대한 부담이 크지만 다른 업자와 경쟁하려면 최신 장비를 갖추고 승객의 요구를 들어주어야 한다”고 털어놨다. 차량 내 소란행위는 범칙금 10만 원과 벌점 40점이다.
2001년 대진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관광버스 추락참사 이후 경남지방경찰청은 매년 200건 이상의 관광버스 내 춤과 노래를 단속했으나 2005년에는 36건, 2006년 2건, 올해는 6건을 적발하는 데 그쳤다. 특별단속기간(10월 1일∼11월 30일)이 시작된 이후 11일 현재까지 실적이 전혀 없다.
경남경찰청 관계자는 “관광버스와 운수업체 등 1000여 곳에 협조 공문을 보냈고, 2004년 이후 지속적인 홍보 및 단속으로 위반행위가 많이 줄었다”고 밝혔다. 그는 “승객의 요청에 의해 이뤄지는 행위여서 단속에 따른 저항도 크고,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경우가 많아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운수업체 대표인 하모(52) 씨는 “지입형태로 운영하는 대부분의 관광버스에는 노래반주기가 설치돼 있다”며 “경찰과 행정기관이 철저한 단속과 교육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산의 모 산악회 간부 C(50) 씨는 “관광버스 내 춤과 노래는 운전사의 집중력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버스가 중심을 잃게 되는 원인이 된다”며 “특히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상태에서 사고가 생기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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