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살배기 딸 소율이를 키우는 이태성(30) 씨는 직장 생활을 하는 바쁜 와중에도 하루에 30분 이상 소율이와 놀아 주는 것을 잊지 않는다.
전업주부인 엄마는 매일 책을 읽어 주거나 이야기를 해 준다.
반면 아빠는 △목말 태우기 △방바닥 구르기 △비행기 태워 주기 등 주로 몸을 이용하는 놀이를 한다.
이 씨는 “소율이는 아빠와 놀면서 책에서 본 것과 엄마에게 들은 것을 더 적극적으로 말하고 몸으로 표현한다”며 “신체 놀이는 단순히 건강을 위한 것이 아니라 표현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아빠와의 10분, 엄마와의 하루만큼 효과적
전문가들은 아이의 성장 과정에서 ‘아빠와의 10분’이 ‘엄마와의 하루’만큼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엄마와 아빠의 역할이 둘 다 중요하지만 우리 현실은 아빠가 아이와 놀아 주는 것이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이민영(32·여) 씨는 올해 네 살인 아들 준서가 아빠와 함께하는 놀이 덕을 톡톡히 봤다고 생각한다.
준서는 생후 20개월이 넘어갈 때까지 말을 잘 하지 못했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말이 늦어 걱정이 많았는데 아빠가 적극적으로 아이와 놀아 주면서 말이 빨리 늘기 시작했다.
이 씨는 “준서 아빠가 주말은 물론 매일 아이와 함께 바닥을 구르고, 몸을 부딪치는 등 약간 심하다 싶을 정도로 강한 놀이를 주로 했다”며 “아이가 적극적으로 즐겁게 소리를 지르고 표현이 과감해지면서 동시에 말도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배유석(36) 씨는 “올해 여섯 살인 큰아들 시훈이가 아빠와 함께 놀면서 선의의 경쟁을 배우고 승부욕 등도 키워지는 것 같다”며 “엄마와 놀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 있기 때문에 아빠도 반드시 아이와 함께 놀아 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즈코리아’ 감성놀이연구소 하지혜 연구원은 “엄마와 함께하는 놀이는 언어적이고 감성적인 특성이 있기 때문에 유아의 언어와 정서적인 면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반면 아빠와 함께 하는 놀이는 신체적이고 논리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어 유아의 근육 발달을 돕고 논리적 사고력을 발달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 우스꽝스럽게 적극적으로 놀아라
아빠는 엄마와는 다른 놀이를 해 주는 것이 좋다.
아빠 팔에 매달리기, 아빠 목말 타기, 아빠 몸 밟고 올라가 뱅글 돌기, 아빠 다리 위에서 비행기 타기 등 아빠를 하나의 ‘놀이터’처럼 여길 수 있도록 다양한 신체놀이를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아이는 아빠를 엄마와는 다른 매력적인 놀이터로 여기게 된다. 아빠가 아이와 자연스럽게 놀아 주기 위해서는 지켜야 할 몇 가지 규칙이 있다.
일단 어색함을 버려야 한다.
‘놀아 주는 방법을 모르는데?’, ‘무슨 말로 시작해야 하지?’ 등의 생각은 접어야 한다. 아빠가 어색해하면 아이도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게 된다.
아빠의 적극성이 사회적으로 당당한 ‘알파 걸’을 키워 냈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아빠들은 아이와 노는 과정에서 약간은 과장되게 감정을 표현하거나 행동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내가 이런 놀이를 하면 체면이 떨어지는데’, ‘내 모습이 우스꽝스럽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아이보다 더 많이 표현하고 우스꽝스러워질 필요가 있다.
놀이교육의 포인트는 짧은 시간이라도 강도를 높여 놀아 주는 것이다.
지루하게 1시간을 놀아 주는 것보다 강렬하게 10분을 놀아 주는 것이 아이에겐 큰 만족을 줄 수 있다. 단 10분이라도 아이를 번쩍 안아서 비행기를 태워 준다든가, 아이를 꼭 껴안고 아빠 빠져나가기 놀이를 하면 아이들은 ‘순간이지만 즐거웠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김희진 교수는 “아빠는 엄마와 달리 신체놀이 중심으로 놀아 주기 때문에 유아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며 “특히 두 살까지 아빠가 아이와 함께 유대감을 형성하지 않으면 나중에 더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아빠와 할 수 있는 놀이 | ||
놀이 | 방법 | 효과 |
목말 | 아빠 어깨 위에 걸터앉기 | 신체 조절력 향상 |
아빠는 산 | 아빠 손을 잡고 몸을 밟으며 거꾸로 돌기 | 아빠와 신뢰감 형성, 대근육 발달 |
아빠 비행기 | 아빠가 누운 채 발로 아이를 들어 주기 | 균형감과 근력 향상 |
아빠 농구 | 아빠 손 잡고 높이 점프하기 | 성취감과 자신감 향상 |
아빠와 볼링 | 페트병, 인형 등으로 핀을 만들어 공으로 쓰러뜨리기 | 정서적 긴장감 해소, 긍정적 경쟁 개념 이해 |
빨래 놀이 | 작은 빨래를 아빠는 비누칠, 아이는 헹구기 | 책임감과 주인의식 향상 |
걸레 놀이 | 걸레를 방 끝까지 밀며 전진하기 | 스트레스 해소, 순발력 향상 |
아빠와 함께 춤을 | 아빠 발을 밟고 올라서서 춤추기 | 음률감 형성, 신체 조절력 향상 |
자료: ㈜위즈코리아 감성놀이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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