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편 나빠 학업중단 없었으면” 500만원 기부
“적은 돈이지만 후배들을 위해 유익하게 써 주세요.”
13일 영남대 총장실에 40∼50대 다섯 명이 방문해 우동기 총장에게 500만 원이 든 봉투를 건넸다.
이들은 영남대 상경대 야간부의 늦깎이 대학생들로 ‘천마만학회’ 회장과 회원들.
이 모임은 만학도 50명이 2004년 6월 “우리는 가정형편 때문에 제때 공부하지 못했지만 후배들은 형편이 어려워도 학교를 쉬지 않도록 도움을 주자”는 취지에서 만들었다.
이때부터 조금씩 돈을 모아 지난해까지 1080만 원을 장학금으로 내놨다. 학생 4명가량이 한 학기 등록금을 낼 수 있는 액수다.
장학금은 회원들이 한 번씩 모일 때 몇 만 원씩 보태는, 그야말로 십시일반으로 모은 것이다.
이 모임의 회장인 경영학부 4학년 김혜련(55·여) 씨는 14일 “어렵게 입학했는데 그냥 대학생활을 하는 게 어딘가 아쉬웠다”며 “수소문을 해 보니 만학도가 꽤 있어 ‘작은 장학회 같은 모임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이 자연스레 모아졌다”고 말했다.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20년째 의류대리점을 하는 김 씨는 “바쁘게 살아온 날을 돌아보니 그때 대학에 가지 못한 게 늘 마음에 걸렸다”며 “3남매가 모두 대학을 졸업하고 나니 문득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고 덧붙였다.
만학도들은 장학금뿐 아니라 야구부 학생들이 큰 대회에 출전할 때면 푸짐한 음식을 만들어 격려하는 등 학교 일에도 남다른 애정을 보인다.
한 회원은 “요즘은 대학 진학이 흔하지만 20년 전만 해도 그렇지 못했다”며 “뒤늦게 시작한 대학 공부라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고 말했다.
대학 측은 고마운 마음을 감사패에 담아 이들에게 전했다.
우 총장은 “모두 생업이 있는데도 열정을 갖고 공부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장학금까지 꾸준히 마련해 줘 정말 고맙다”며 “20대 후배들이 많은 것을 느낄 것”이라고 밝혔다.
천마만학회 총무를 맡은 경영학부 3학년 김재수(46) 씨는 “후배들보다 나이는 많지만 공부만큼은 뒤지지 않을 것”이라며 “학생들보다 형편이 나은 만큼 우리 모임이 영남대의 전통으로 이어지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낮에는 생업, 밤에는 공부’를 하는 이들의 후배 사랑이 알려지면서 상경대의 분위기까지 달라졌다.
경영학부 박현재(63) 교수는 “만학도들이 거의 결석을 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본 20대 학생들이 ‘시간을 아껴 실력을 키우는 대학생활을 해야겠다’는 자극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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