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파업 전격 유보…노조 안팎 비난여론에 백기

  • 입력 2007년 11월 17일 03시 02분


철도노조가 16일 새벽 시작할 예정이던 파업을 ‘유보’했다. 이에 따라 우려됐던 ‘교통대란’은 발생하지 않았고 수도권의 지하철과 KTX 등 모든 열차가 정상적으로 운행됐다.

노조의 파업 유보 결정은 불법 파업에 대한 노조 안팎의 거센 비판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파업은 피했지만 코레일(옛 한국철도공사) 노사 간 의견 차가 커 양측의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 파업 시한 30분 앞두고 파업 유보

코레일과 철도노조는 15일 낮부터 16일 새벽까지 마라톤협상을 벌였으나 주요 쟁점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파업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왔다.

16일 새벽 파업 예정 시간이 다가옴에 따라 사측은 노조에 먼저 파업을 철회한 뒤 협상을 계속하자고 요구했다. 오전 2시경 엄길용 철도노조위원장이 협상장을 떠나면서 노조가 결국 파업을 선택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철도노조 집행부는 파업 예정 시간인 오전 4시를 불과 30여 분 남기고 갑자기 ‘파업 유보’를 선언한 뒤 서울 용산구 원효로 차량기지에 모여 있던 노조원들을 해산시켰다.

코레일 사측은 노조가 사실상 파업을 철회한 것으로 보고 있다.

○ 안팎 비판 여론에 태도 바꿔

15일 저녁 파업 전야제까지 열고 파업을 준비하던 철도노조가 태도를 바꾼 것은 무리한 불법 파업에 대한 노조 안팎의 거센 비판 여론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코레일 사측이 “노조가 불법 파업을 강행하면 참가자에 대한 징계는 물론 민·형사상 책임까지 묻겠다”는 강력한 징계 방침을 밝힌 것이 노조와 조합원들에게 상당한 부담이 됐을 것으로 노동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철도노조 내부의 파업에 대한 반대 여론도 만만찮았다.

지난해 3월 불법 파업 때문에 최근 법원에서 회사 측에 51억 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고도 다시 파업을 벌이는 것은 지나치다는 조합원들의 의견이 있었던 것.

이에 따라 지난달 노조의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는 역대 최저의 찬성률(53%)이 나왔고 집행부의 ‘투쟁 의지’도 상당 부분 약화된 것으로 보인다.

○ 노사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듯

이날 노조 측은 “현장투쟁으로 돌아가 사측인 코레일과 교섭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가 내걸고 있는 요구 사항에 무리한 부분이 많아 사측이 양보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게 문제다.

KTX 등 여승무원 문제의 경우 노·사·공익 협의체에서 논의하기로 합의해 놓고도 노조가 다시 노사교섭 의제에 포함시켜 협상을 더욱 어렵게 했다.

코레일 이철 사장은 “앞으로도 노사관계에서 법과 원칙을 지킬 것”이라고 밝혀 이른 시일 안에 양측이 타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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