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외고 전병두 이사장 “학교 부실관리 내탓… 장학금 내놓겠다”

  • 입력 2007년 11월 19일 03시 02분


공구상을 운영하며 모은 재산의 절반을 털어 김포외국어고를 설립한 전병두 이사장. 학교 설립 2년 만에 입시문제 유출이라는 시련을 맞은 전 이사장은 모든 게 자신의 책임이라며 저소득층을 위한 장학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훈구  기자
공구상을 운영하며 모은 재산의 절반을 털어 김포외국어고를 설립한 전병두 이사장. 학교 설립 2년 만에 입시문제 유출이라는 시련을 맞은 전 이사장은 모든 게 자신의 책임이라며 저소득층을 위한 장학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훈구 기자
“시험지 유출은 학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제 책임입니다.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책임을 지기 위해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경기 김포외국어고 전병두(59) 이사장은 요즘 이런저런 걱정으로 밤잠을 설친다고 했다.

시험문제 유출 사건 때문에 김포외고의 특수목적고 인가가 취소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이사장은 “특목고에 다니려고 ‘시골’까지 찾아온 학생들이 혼란에 빠질 수 있어 그런 일만은 막고 싶다”고 말했다.

17일 서울 중구 수표동 11-17 건설공구 가게 ㈜록스기계에서 만난 전 이사장은 남색 작업용 잠바 차림으로 낡은 철제 책상에 앉아 건설용 공구를 판매하고 있었다.

청계천의 공구상 점원으로 시작해서 1970, 80년대 건설경기를 타고 수백억 원을 모았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경기상고를 1년 다니다 중퇴해야 했던 그는 ‘배움의 한을 학교 설립으로 대신하기 위해’ 김포외고를 설립했다.

2003년 김포시 외곽에 학교 터를 산 뒤 땅값이 갑자기 올라 원주인이 등기이전을 해주지 않는 바람에 법정을 오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투기꾼’ 소리까지 듣는 등 우여곡절 끝에 2006년 3월 학교 문을 열 수 있었다.

학교 설립 비용은 인천 남동공단에 있던 기계공장을 김포로 옮기면서 공장 터를 매각한 비용의 일부로 마련했다. 설립에 210억 원이 들었고 이 중 120억 원은 여러 지역에서 모인 학생들을 위해 기숙사를 세우는 데 썼다.

순탄하게 운영되던 김포외고가 세 번째 신입생을 받으려고 모집하는 과정에서 시험문제 유출사건이 터졌다.

전 이사장은 “학교에 입학 설명회를 할 만한 공간이 없어 교사들에게 학원을 돌며 입학설명회를 하도록 한 것이 화근”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올 10월 완공된 실내체육관이 일찍 지어졌으면 교사와 학원의 유착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전 이사장은 이어 “잘사는 집 학생들은 서울의 명문 외고로 간다”면서 “이번 사태로 사회에 누를 끼쳤지만 잘 마무리된다면 김포외고를 평범한 가정의 학생들이 가는 명문고로 키우고 싶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동영상 촬영 : 동아일보 이훈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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